묘시의 하늘은 아직 검었다. 그러나 서성문 외검문소의 불빛은 이미 종이를 태울 만큼 밝았다. 문루 아래로는 빈 이름판을 실은 수레가 들어오고, 그 뒤로는 사람의 발이 줄지어 따라왔다. 개봉의 밤은 오래 버티지 못할 얼굴로 서 있었다. 소하는 수레 옆판에 손을 얹은 채 그 표면의 떨림을 들었다. 목판은 거짓말을 싫어한다. 같은 나무라도 속을 비우면 울림이 달라진다. 오늘 수레 안의 빈 판은 비어 있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숨을 없애는 데 쓰인 판이었다.
수문별감은 전송표를 받아들고 눈썹을 찌푸렸다.
"북교에서 온 것인가."
"정식 재인영입니다."
백지회 서리가 먼저 나섰다. 그는 이미 관복의 소매를 반쯤 고쳐 입고 있었다. 관문을 지키는 사람처럼 보이기 쉬운 옷차림이었다. 소하는 그 손가락 끝에 남은 붉은 인주를 보았다. 인장은 새것인데 손은 오래된 사람이었다. 그녀는 전송표를 빼앗듯 받아들지 않았다. 대신 물통 옆에서 손을 씻는 척하며 종이의 결을 읽었다. 문서의 질은 괜찮았다. 문제는 인영이었다. 관인의 마지막 획이 늘 한 박자 늦었다. 북교에서 본 것과 똑같았다.
"이 관인은 서성문 것이 아닙니다."
소하가 말했다. 수문별감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무슨 소릴 하는가."
"같은 관인으로 여러 장을 찍었습니다. 공문은 같아 보여도 압력의 순서가 다릅니다."
백지회 서리가 비웃었다.
"목판 장인은 종이 몇 장에 겁먹었나."
소하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속장부에서 북교 군량창의 출고표 한 장을 꺼냈다. 접힌 자국 사이로 같은 획의 늦은 눌림이 선명했다.
"겁이 아니라 흔적입니다. 여기, 북교에서 나온 판과 지금 관문의 인영이 같습니다. 정식 절차가 아니라 정식 흉내입니다."
수문별감은 문서를 받아 들고 잠시 말이 없었다. 그 잠깐의 침묵이 이미 답이었다.
그 사이 문 바깥에서는 피난민이 밀렸다. 아이를 업은 노파가 먼저 쓰러질 듯 문턱에 걸렸고, 뒤에서는 창고 인부가 무릎을 굽혔다. 백지회는 그 틈을 타 수레를 안쪽 곁문으로 돌리려 했다. 도윤이 먼저 길을 막았다. 그는 인부 옷차림이었지만 어깨와 발놀림은 숨길 수 없었다. 한 사내가 그의 팔을 잡으려 하자 도윤이 몸을 돌려 팔꿈치로 턱을 밀어 올렸다. 뼈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도윤은 낮게 말했다.
"길을 바꾸려면 먼저 사람부터 죽여야 할 터인데, 오늘은 그리 못 합니다."
백지회 서리가 허리에서 짧은 칼을 뽑았다.
"개봉부의 통행은 관문이 정한다. 너희는 기록을 모른다."
도윤이 칼끝을 발로 비켜내며 웃지 않는 얼굴로 답했다.
"기록을 아는 자들이 먼저 사람을 버렸지. 그래서 오늘은 내가 길을 안다."
소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수문별감 옆의 보조책상이 젖어 있었다. 이른 새벽 물시중이 지나간 자국이었다. 그녀는 손바닥에서 묻어 나온 피를 종이 가장자리에 얇게 눌렀다. 다시 말라붙은 먹과 피가 섞이자, 종이 섬유의 방향이 드러났다. 점획청경을 억지로 끌어올리자 귀 안쪽이 울렸다. 마른 인영은 종이 위에, 젖은 인영은 아래층에 있었다. 둘을 겹치면 관인이 거짓말을 했다. 그녀는 손에 쥔 부러진 쌍월각도를 종이 끝에 밀어 넣어 가장자리 실선을 뜯었다. 종이가 한 겹 벗겨지며 아래쪽에 숨겨진 다른 전송표가 드러났다. 같은 날짜, 같은 수량, 다른 이름들. 피난첩 대신 군량 운반자로 바뀐 줄이 길게 이어졌다.
"여기 있습니다."
소하가 말했다.
"사람을 먹이로 바꾼 장부가."
수문별감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문서를 본 순간 더 이상 모르쇠를 할 수 없었다.
백지회 서리가 불씨를 꺼내 들었다. 종이를 태우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도윤이 그의 손목을 꺾어 불씨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불꽃이 짚 위에서 짧게 튀었다. 그 짧은 불빛 속에서 소하는 결심했다. 기록을 다 태우면 사람도 다시 사라진다. 살아남는 이름은 남겨야 했다. 그녀는 검문판 앞에 놓인 젖은 대조틀을 끌어당겼다. 그 위에 북교의 속장부와 서성문의 전송표, 그리고 살아 있는 증인인 창고 인부를 차례로 세웠다.
"당신 이름을 말하십시오."
그녀가 인부에게 말했다. 인부는 입술을 떨었다.
"이, 이육현입니다."
소하는 목판을 눌러 그의 이름을 찍어 냈다. 다시 한 번. 이번에는 번역된 관리용 문서가 아니라, 그가 직접 서명한 이름이었다.
"이제 당신은 장부의 부속이 아닙니다."
수문별감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칼을 뽑는 대신 관문 인장을 거꾸로 들고 바닥에 내리쳤다.
"북교와 동교의 전송을 즉시 봉쇄하라. 백지회 관계자는 모두 묶어라."
명령이 떨어지자 관병들이 움직였다. 백지회 서리는 도망치려 했으나 도윤이 그의 어깨를 붙들었다. 둘은 짧게 한 번 더 맞붙었고, 그 끝에 서리의 소매에서 또 다른 작은 관인이 떨어졌다. 같은 획, 다른 손길. 그 관인을 본 순간 소하는 모든 줄이 한 곳으로 모이는 것을 느꼈다. 북교의 빈 이름판도, 동교의 빈 칸도, 서성문의 재인영도 하나의 손에서 나왔다. 오늘 그 손은 문루 아래서 부러졌다.
사람들이 문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억울하게 묶였던 인부는 먼저 걸음을 떼지 못했고, 노파는 아이의 손을 여러 번 만졌다. 수문별감은 그들을 막지 않았다. 막을 수 없었다. 소하는 빈 이름판 스무 장을 모두 태우지 않았다. 그중 하나를 골라 증언 목판으로 삼았다. 관인의 횟수와 이름이 뒤집힌 자국, 그리고 오늘 바뀐 이름들이 목판 위에 함께 남았다. 손바닥은 다시 터져 따뜻한 피가 흘렀지만, 이번에는 그 피가 인주를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인주와 섞여 더 진한 붉은 선을 만들었다.
"이것으로 끝입니까."
도윤이 물었다. 소하는 문 바깥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여기서는 끝입니다. 더는 이름을 빼앗지 못합니다."
해가 떠오를 때쯤, 서성문 바깥길에는 살아남은 이름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가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개봉은 여전히 포위의 숨을 쉬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기록에서 사라질 사람이 자기 발로 문을 통과했다. 소하는 증언 목판을 천으로 감싸 품 안에 넣었다. 그 안에는 한 가족의 이름과 한 인부의 이름, 그리고 백지회가 사용한 관인의 횟수가 또렷했다. 남쪽 길은 아직 멀었으나, 한 사람이 그 목판을 들고 가면 다른 이름들도 뒤따라올 수 있으리라. 소하는 그 가능성을 크게 말하지 않았다. 다만 문밖의 바람을 한 번 들이마시고, 갈라진 손으로 도윤의 소매 끝을 짧게 잡았다. 그리고 성문이 다시 닫히기 전에, 이름 하나를 조용히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