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개봉부 길은 얼어붙은 눈과 진흙이 섞여 수레바퀴를 잡아당겼다. 도윤은 봉함된 역명판을 가슴 앞으로 끌어안듯 수레 위에 세우고, 소지자를 그 옆에 앉혔다. 피난첩 소지는 여전히 떨고 있었지만, 이제는 간첩으로 묶이지 않았다. 소하는 수레의 판자에 손가락을 대고 눈을 감았다. 나무가 전하는 힘은 짧고 거칠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한 번, 멈춤 없이 두 번, 마지막은 얕게 눌렸다. 누군가 전날 밤 이 수레를 다른 짐과 함께 묶었다가 풀었고, 봉함 끈을 다시 감은 뒤에야 넘겼다.
"끈을 다시 맨 자국이 있습니다."
소하가 낮게 말했다.
"압수 뒤에 누가 손댔다는 뜻이오."
도윤은 수레 옆을 노려보았다.
"안전한 짐이 아니군."
"안전한 짐은 처음부터 이렇게 젖지 않습니다."
소하가 대꾸했다. 그녀는 말끝을 삼키며 왼손으로만 수레 난간을 짚었다. 오른손 둘째와 셋째 손가락은 새벽 냉기에 이미 감각이 반쯤 빠져 있었다.
개봉부 대조소는 문을 열자마자 잉크와 젖은 종이 냄새가 먼저 들고 나왔다. 장부를 세우는 방 한켠엔 말린 볏짚 더미가 쌓여 있었고, 다른 쪽엔 관인과 비교용 인영판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하급 서리 하나가 도윤을 보고는 곧장 손을 내저었다.
"이 시각엔 받아 적는 일만 합니다. 봉함품은 본청 명령이 있어야..."
"본청 명령은 이 서류입니다."
도윤이 검사패를 보여 주었다.
"일몰 전에 이송하라고 적혀 있소."
서리는 입을 다물었지만 눈은 소하에게 오래 머물렀다. 여자 판각공이 관문에서 들이밀던 감식은 이미 소문이 되어 있었고, 그의 시선은 그 사실을 훑어보는 데 쓰였다. 소하는 그 시선을 모른 척하고 감정대 옆으로 다가갔다. 역명판의 봉함을 풀자마자 젖은 먹이 번들거리며 드러났다. 거꾸로 새긴 두 행이 아직도 마르지 않은 채 목판의 등판에 붙어 있었다. 城雪壓燈人未寐, 一刀翻字鬼先行. 서리가 한 번 숨을 삼켰다.
"이런 글은 어디서..."
"글이 아니라 칼의 순서입니다."
소하는 판목의 결을 따라 손끝을 옮겼다.
"문장은 가짜여도, 뒤집은 획은 흉내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판은 모양만 닮았을 뿐 압력이 다릅니다."
"무슨 압력?"
"오른손입니다. 하지만 내 오른손은 이쪽입니다."
그녀는 가만히 손을 펴 보였다. 오른손의 붉은 인주가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채 손가락 마디에 박혀 있었다. 도윤의 시선이 그 위를 스쳤다. 그는 소하가 더 숨길 여지가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대조소 안에서 그 사실은 별도의 무게를 가졌다.
대조관으로 들어온 노서리 하나가 판목을 보자 눈썹을 미세하게 찡그렸다. 그는 인영판과 봉발기를 나란히 놓고, 역명판의 종이 가장자리를 손톱으로 얇게 뜯었다.
"이 종이는 관문 밖에서 돌던 게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섬유가 고르고, 속심에 붉은 가루가 섞였소. 예전 군량문서용 종이와 닿은 자국이 있군."
도윤이 물었다.
"그걸로 무엇이 다르오?"
"관문 밖 상인 종이는 거칠고, 풀이 덜 풀립니다. 이건 개봉부 안쪽의 저장지, 그것도 관급 물건을 덮어 두는 종이와 결이 비슷합니다."
소하는 그 말에 판목의 등판을 다시 눌렀다. 종이와 목재 사이에 아주 가는 홈이 한 줄 더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던 덧댐이었다. 그녀는 칼 끝을 가져갔다가 멈추고, 대신 손톱으로 가장자리를 들었다. 안쪽에서 한 겹 얇은 교정지가 나왔다. 거기엔 문장 하나가 거꾸로 덧새겨져 있었다. 인영과 본문이 아니라, 인영을 받쳐 주는 조판의 위치까지 계산된 배치였다.
"이건 피난첩의 글이 아니오."
소하가 말했다.
"관급 서류를 먼저 찍고 그 위에 이름만 바꿔 얹었습니다. 이름이 아니라 자리를 훔친 겁니다."
"누가 그걸 알아차리겠소?"
서리가 물었다. 소하는 잠깐 말을 멈췄다.
"목판을 만지는 사람만 압니다. 종이보다 먼저 결이 보이니까."
그녀는 말끝에서 입술을 깨물었다. 오른손의 저림이 손목까지 올라왔다. 감각이 흐려지면 흐려질수록 그녀의 눈은 더 날카로워졌지만, 날카로움은 대가 없이 남지 않았다.
그때 문간에서 짧은 소란이 났다. 짐꾼 하나가 물통을 엎은 척하며 대조대 쪽으로 비틀거렸다. 도윤이 몸을 돌리는 찰나, 소하는 그 사내의 발목이 수레바퀴 자국을 일부러 피해 밟는 것을 보았다. 짐꾼의 손목에는 백지회 표식처럼 보이는 희끗한 종이끈이 감겨 있었다. 그는 대조대 위의 판목과 교정지를 함께 끌어안으려 했다. 소하는 행간보로 한 걸음 비껴서며 그의 팔꿈치를 쳤다. 오른손이 아니라 왼팔로 몸을 돌리는 데만 집중했다. 손이 아닌 몸통으로 부딪히는 순간, 그녀는 짐꾼의 손목에서 기름종이 냄새를 맡았다. 단순한 인부가 아니었다. 그는 마른 손으로 봉함끈을 풀어, 젖은 증거를 다른 꾸러미와 바꿔치기하려고 했다. 도윤이 뒤에서 외쳤다.
"움직이지 마라."
짐꾼이 휘돌아 도망치려 했지만, 문 앞의 군졸이 창대를 걸어 길을 막았다. 소하는 그 사이를 파고들어 판목의 봉함끈을 두 손으로 잡았다. 오른손은 통증에 떨렸지만, 쌍월각도의 남은 날로 끈의 매듭 하나를 잘라냈다. 금속이 나무를 긁는 마른 소리가 짧게 울렸다. 그녀는 그 소리에 사흘 전의 교정실, 그보다 더 오래된 무흔각문의 숨결을 겹쳐 들었다. 짐꾼의 소매에서 찢긴 종이 조각이 떨어졌다. 거기엔 백지회 인장과 함께, 개봉 남쪽 창고에서 출고된 관급 종이의 숫자가 반쯤 남아 있었다.
"잡아."
도윤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방 안의 공기를 정리할 만큼 단단했다. 짐꾼은 무릎을 꿇으며 이를 깨물었다.
"나는 그냥 옮겼을 뿐이오."
"무엇을?"
도윤이 물었다.
"종이와 이름을. 그게 다요."
대조관이 종이 조각을 집어 들었다가 얼굴빛을 바꿨다.
"남쪽 제삼창고에서 나온 종이입니다. 이건... 본청에 있는 물량이오."
소하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래서 이름 칸만 바꿨군요. 종이를 훔친 게 아니라 문서의 자리를 바꿨습니다. 관급 종이가 흘러나가야 피난첩도 흘러나갑니다."
그녀는 말하면서도 한쪽 눈꺼풀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의 감각이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왼손으로 판목을 밀어 도윤 쪽으로 보냈다.
"이 판은 문 안으로만 두면 안 됩니다. 본청 창고 기록과 같이 묶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같은 종이가 내일 또 나옵니다."
도윤은 판목을 받아 봉함끈을 다시 감았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손은 조금 더 빨라졌다. 그는 소하가 지금 자신에게 무엇을 내주는지 이해했다. 무흔각문의 계통이 아니라, 그 계통을 숨기지 않는 선택이었다.
소지자는 그 자리에서 간단히 이름을 되찾았다. 그는 죽은 사람의 이름으로 끌려온 배달꾼이 아니라, 남쪽 창고에서 종이를 옮기던 임시 인부였다. 대조관은 그의 손바닥에 묻은 먹을 뒤집어 보며 고개를 저었다.
"글을 찍은 손이 아니오. 운반만 했소."
도윤이 곧바로 말했다.
"문 안 검사방에 밤새 보호하겠소. 내일 심문이 아니라, 출고기록부터 볼 것이오."
소하는 그 말을 듣고도 안도하지 못했다. 사람 하나는 살았지만, 출고기록이라는 더 큰 문이 열렸다. 누가 종이를 풀었는지, 누구의 손이 인영을 빌렸는지, 백지회가 그 중간을 어떻게 사들였는지 아직 남았다. 그녀는 판목의 봉함 위로 붉은 인주가 번진 손가락을 문질렀다. 피가 아니라 먹이었지만, 그 색은 이상하게도 같았다. 도윤이 낮게 물었다.
"연 각수, 손은 버티겠소?"
"오늘만 버티면 됩니다."
"오늘이 끝나도?"
소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끝나지 않는 하루들이 개봉을 짓누르리라는 걸, 그녀는 알지 못하는 채로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인영이 새겨진 종이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 종이를 낼 수 있는 창고와 장부라는 것. 그리고 그 장부를 보려면, 지금보다 더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