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실 B-2의 문은 반쯤 열린 채 떨리고 있었다. 안쪽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공기가 땀과 먼지가 뒤섞인 냄새를 밀어냈다. 수빈은 포드 옆에 무릎을 꿇고 두 생존자의 파형을 다시 확인했다. 첫 번째는 얕지만 안정적이었다. 두 번째는 아직 불안정했지만, 아까보다 분명히 규칙이 살아 있었다. 화면 아래에는 산소 농도와 냉각 순환 수치가 초록에 가까운 노란색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서윤은 소매를 걷어 올린 채 포드의 잠금핀을 만지다가 수빈을 돌아봤다. "이 상태면 당장 옮기면 안 돼요. 장비가 버티는 동안 여기도 살려야 합니다."
"버틸 시간은 누가 정해요?" 형사가 물었다. "지금 이 건물 전체를 다시 봉쇄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들어가면 증거 손상입니다."
수빈은 형사 쪽을 보지 않고 벽의 전원 박스를 열었다. 차단 스위치가 한 번 누군가에 의해 분해된 흔적이 선명했다. 낡은 퓨즈에는 병원 마크 대신 412라는 작은 각인이 남아 있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먼지를 쓸어내고 낮게 말했다. "증거가 먼저였으면 이 사람들은 진작 죽었을 겁니다."
형사가 입을 열려는 순간, 수빈의 단말기가 짧게 진동했다. 화면에는 아무 번호도 없던 자리에서 다시 412가 떠올랐다. 이번에는 문장도 더 길었다. `지하 2층 환기 격실. 산소 분배기 확인. 차단 08:37.` 그 아래 작은 줄이 하나 더 떴다. `종료 확인자 오수빈이 들어오면 닫는다.`
"또 있네요." 수빈이 말했다.
"그게 뭔데요?" 서윤이 물었다.
"병원이 숨긴 배선의 목소리예요. 누가 장난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 자동 봉쇄가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형사가 수빈 앞을 가로막았다. "거기 내려가겠다는 겁니까?"
수빈은 대답 대신 포드 옆에 놓인 공구가방에서 개인 진단계를 꺼냈다. 케이스가 찌그러져 문이 잘 닫히지 않았다. 그는 손목을 한번 돌려 보았다. 아까 릴레이를 태울 때부터 묵직하게 걸리던 통증이 다시 올라왔다. 정밀 토크가 맞아야 하는 작업은 지금 손으로 오래 못 한다. 그래도 갈 수밖에 없었다. 저 아래에 산소 분배기가 살아 있다면, 환기 격실 하나를 열어야 두 생존자의 공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412호가 굳이 그 위치를 찍어 보냈다는 건, 거기 아래에 더 큰 것이 있다는 뜻이었다.
"내려갑니다." 수빈이 말했다.
"허가도 없이?" 형사가 소리쳤다.
"허가는 위에서 늦어질 수 있지만, 아래 공기는 늦지 않습니다."
서윤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내가 같이 갈게요. 환기 격실이면 산소 농도와 압력은 의료 판단이 필요해요."
형사가 고개를 저었다. "둘 다 빠지면 안 됩니다."
수빈은 손가락으로 벽 틈에 끼인 서비스 도면 조각을 뽑아 들었다. 종이는 물에 젖어 가장자리가 풀려 있었지만, 지하 2층 쪽에 얇은 선이 하나 더 그어져 있었다. 원래 도면에는 없는 선이었다. 예전에 종료 서명 오류를 남겼던 그때처럼, 누군가 도면 위에 다른 경로를 덧그려 놓았다. 그는 그 선을 따라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타일 아래에서 빈 공간의 울림이 났다.
"여기예요."
수빈은 드라이버를 비집어 넣고 타일 하나를 들어냈다. 아래에는 손바닥만 한 서비스 샤프트 커버가 있었다. 녹이 슬어 있었지만, 안쪽에 먼지 자국이 덜 쌓여 있었다. 최근까지도 누군가 열고 닫았다는 뜻이었다. 그는 숨을 한번 고르고 나사 두 개를 풀었다. 커버가 젖은 숨소리처럼 들리며 열렸다. 아래로는 사람 하나가 간신히 내려갈 수 있는 사다리가 있었다.
형사가 인상을 찌푸렸다. "저걸로 내려가겠다고요?"
"지금 안 내려가면 위로도 못 올라갑니다."
수빈은 공구가방을 어깨에 걸고 사다리에 발을 디뎠다. 서윤이 뒤에서 손전등을 비춰 줬다. 두 칸 내려가자 공기가 달라졌다. 냉각실의 차가움이 아니라, 오래 멈춰 있던 기계실 특유의 마른 금속 냄새가 났다. 세 칸 더 내려가니 바닥에 붉은 경고선이 보였다. 그 선은 환기 격실 입구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안쪽은 생각보다 넓었다. 벽면 전체가 둥근 송풍 덕트로 둘러싸인 방이었고, 중앙에는 오래된 산소 분배기가 서 있었다. 전면 패널은 깨져 있었지만 내부 회로가 완전히 죽지는 않았다. 바닥에는 비상 발전용 배터리 하나와, 누군가 급히 뜯어낸 케이블 묶음이 흩어져 있었다. 수빈은 손전등을 낮게 비추며 벽을 훑었다. 그리고 거기서 또 다른 파형 표시를 발견했다. 모니터가 아니라, 수동 기록계에 붙은 아날로그 센서였다. 지하 이쪽 어딘가에 생체 신호가 더 있었다.
"서윤 선생님." 수빈이 조용히 불렀다. "이 방, 하나가 아닙니다. 더 아래로 이어집니다."
서윤이 계단 입구에서 얼굴을 굳혔다. "산소 라인이 두 갈래예요. 한쪽은 여기, 다른 한쪽은 바닥 아래로 빠져요. 숨겨진 구역이 있어요."
수빈은 분배기 옆 접속단자를 열었다. 내부 릴레이는 녹아 붙어 있었고, 보조 전원은 절반쯤 남아 있었다. 그는 개인 진단계를 쪼개기 시작했다. 장치 옆에 붙은 외부 온도 센서, 배터리 보호 회로, 접점 고정 클립을 하나씩 분리했다. 원래라면 이 진단계는 다음 현장까지 데려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진단보다 우회가 우선이었다. 그는 절연 테이프를 감고, 얇은 리드를 새로 땄다. 손목이 떨려 첫 결선이 삐끗했다. 금속이 짧게 튀고, 손등에 작은 화상이 번졌다. 수빈은 이를 악물고 다시 붙였다.
"손 조심해요." 서윤이 말했다.
"손이 멀쩡하면 이런 데까지 안 왔죠."
그는 마지막 클립을 닫는 순간, 분배기에서 낮은 진동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바닥 아래쪽 덕트에서 공기가 밀려나오는 소리가 났다. 잠시 뒤, 모니터의 미세한 생체 신호가 하나 더 찍혔다. 아주 희미했지만 분명했다. 사람이었다. 숨이 붙어 있었다.
그때였다. 천장 안쪽에서 금속이 미끄러지는 소리가 연달아 났다. 수빈이 고개를 들자, 환기 격실 입구 쪽 붉은 경고등이 순식간에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이어서 건물 전체에 낮고 둔한 진동이 퍼졌다. 자동 봉쇄였다.
형사의 목소리가 위에서 울렸다. "지금 뭐가 내려가고 있습니다!"
"문입니다!" 서윤이 외쳤다.
수빈은 이미 알고 있었다. 도면에 없던 선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재빨리 진단계의 남은 배터리를 분배기 하단에 끼워 넣고, 손으로 수동 차단 레버를 붙잡았다. 레버가 천천히 돌아가며 아래 구역으로 향하는 전원 흐름을 늦췄다. 대신 위쪽 복도 전력이 끊기기 시작했다. 봉쇄를 늦추려면 어디엔가 대가가 필요했다. 그는 선택했다. 위의 안전보다 아래의 생명을 우선했다.
"지금 들어오세요!" 수빈이 소리쳤다. "8분입니다. 그 안에 의료진이 들어와야 해요."
서윤이 바로 움직였다. 위로 올라가며 응급 키트를 끌어내려던 순간, 입구 철문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내려오기 시작했다. 수빈은 한 팔로 분배기를 지탱하고 다른 손으로 문 아래를 밀어 넣었다. 금속이 손목을 찍었다. 뼈가 비틀리는 느낌이 왔다.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문은 완전히 닫히지 못한 채 바닥에 걸렸고, 아주 좁은 틈 하나가 남았다.
그 틈 사이로 서윤이 외쳤다. "수빈 씨!"
"안에 신호 있어요. 하나 더 아래에 있어요. 살아 있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단말기 화면이 다시 밝아졌다. 412호였다. 이번에는 더 짧고 더 차가웠다. `대상 3명. 차단 03:14. 최심부 냉온 저장실.`
수빈은 검게 멍든 손목을 움켜쥐고, 틈 아래로 새어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를 느꼈다. 문 밖에는 사람, 안에는 환기, 그 아래에는 아직 이름도 모르는 생존자 셋. 봉쇄는 이미 시작됐고, 도망칠 길은 끊기고 있었다. 그는 열려 있는 분배기 하단의 어둠을 내려다보았다. 더 깊은 곳으로 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