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실 문이 닫힌 뒤에도 확성기의 잔향은 한참이나 금속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무무는 바닥에 웅크린 채 꼬리를 배 밑으로 말았고, 은채는 그 옆에서 손목 단말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남은 시간은 다섯 시간 오십이 분. 공문은 짧았고, 문장들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즉시 이관. 대상 보호 실패 시 압류. 현장 대응팀 출동. 그 아래에 찍힌 빨간 문장 하나가 은채를 더 차갑게 만들었다. 무무는 전략자산 재분류 검토 대상이다.
"안 돼." 은채는 거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건 안 돼."
무무가 고개를 들었다. 눈동자 안쪽이 아직도 흔들리고 있었다. 큰 소리만 나면 몸이 굳는 그 아이가, 지금은 도망도 아니고 공격도 아닌 자세로 버티고 있었다. 귀를 접고, 배를 낮추고, 대신 은채 쪽에 몸을 조금 더 붙였다. 지켜 달라는 뜻인지, 같이 가 달라는 뜻인지 정확히 나눌 수는 없었지만, 은채는 그 두 가지가 사실 같은 말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벽에 붙어 있던 보조 키패드를 뜯어냈다. 한때 센터 내부 관리자가 쓰던 예비 인증 칩이었다. 이제는 자신의 마지막 남은 공식 흔적이었다. 은채는 그 칩을 손가락으로 눌러 꺼내고, 관측실 바닥의 전원 패널에 직접 밀어 넣었다. 짧은 섬광이 튀었다. 타는 냄새가 올라왔다. 화면 한쪽에 [31m접속 권한 폐기[0m라는 문구가 떴다가 즉시 사라졌다. 동시에 센터 내부 망에서 그녀의 이름이 지워지는 감각이 왔다. 시스템이 그녀를 더 이상 핸들러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남기준의 목소리가 복도 너머에서 아주 희미하게 들렸다. "조은채, 아직도 거기 있어?" 대답할 수 없었다. 대답하는 순간 그도 함께 묶일 수 있었다. 은채는 숨을 한 번 길게 삼키고, 무무에게 손짓했다.
"이쪽. 소리 큰 데는 가지 말고."
무무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번엔 도망치지 않았다. 은채가 관측실 뒤편의 유지보수 패널을 열자, 오래된 폐수로의 공기가 눅눅하게 밀려 나왔다. 철 냄새와 곰팡이 냄새, 오래된 물과 기름 냄새가 섞여 있었다. 바닥에는 이미 얇은 물이 고여 있었고, 천장 배관은 멀리서 낮게 우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무무의 어깨가 다시 한 번 크게 떨렸다. 저주파보다 먼저 높은 진동이 닿은 것이다.
은채는 바로 알았다. 이 아이가 무서워하는 건 단지 소음이 아니었다. 예측할 수 없는 소리, 방향을 알 수 없는 울림, 도망칠 곳이 없는 반복이었다. 그녀는 무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양손으로 자신의 귀를 짚은 뒤 천천히 떼어 보였다.
"들리지? 큰 소리만 싫은 거야. 큰 소리만. 나도 싫어. 하지만 이건 다를 수 있어."
무무는 대답 대신 낮게 숨을 뱉었다. 그 숨은 떨렸지만 끊기지 않았다. 은채는 그 반응을 보자마자 문을 밀고 들어갔다. 첫 번째 통로는 좁았고, 물이 발목까지 올라왔다. 두 번째는 더 나빴다. 감시용 경고등이 반쯤 죽어 있다가 갑자기 번쩍이며 고주파를 뿌렸다. 은채가 이를 악물기도 전에 무무가 멈춰 섰다. 온몸이 굳었다.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다.
"무무. 봐. 나 봐." 은채가 목소리를 낮춰 불렀다. "저건 적이 아니야. 적으면 끊을 수 있어."
그녀는 벽면의 경보 박스를 발로 찼다. 금속 케이스가 찌그러지며 다시 한 번 날카로운 비명을 뿜었다. 무무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쳤다. 은채는 바로 그 순간 박스 위를 덮쳤다. 손바닥이 뜨거운 금속에 닿았고, 손등에 얕은 화상이 번졌다. 그러나 경고음이 꺼졌다. 고주파가 사라진 자리로 낮은 물소리와 배관 진동만 남았다.
무무는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막혔던 숨을 들이마셨다. 은채는 그제야 무릎이 풀릴 것 같은 기분을 참으며 웃지도 못한 채 숨을 골랐다. 통로 끝에서 미세한 저주파가 느껴졌다. 멀리서, 그러나 분명했다. 짧고 짧고 길게. 다시 길고. 마치 누군가가 바다 밑에서 문을 두드리는 것 같았다.
무무도 그걸 느낀 듯했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이번에는 공포로 수축하는 대신, 등 쪽에 돋은 방패 비늘이 천천히 펼쳐졌다. 은채는 숨을 삼켰다. 방패 비늘은 이제 단순히 몸을 덮는 게 아니었다. 울림을 고르는 막처럼 떨리며 고주파를 밀어냈고, 저주파만 남겼다. 무무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 소리를 들었다. 귀를 접은 채로도 방향을 잡는 모습이었다.
"알아듣는 거야?" 은채가 물었다.
무무는 대답하듯 비늘을 두 번 맞부딪쳤다. 짧게, 짧게. 그리고 한 번 길게. 은채는 그 박자를 기억했다. 기다려. 살아 있다. 어딘가에서 들었던 그 신호였다. 이번엔 더 선명했다. 은채는 무무의 옆구리에 손을 얹고 천천히 걸었다. "좋아. 네가 먼저 찾아. 내가 뒤를 볼게."
통로는 오래된 균형 수조로 이어졌다. 반쯤 잠긴 원형 공간 한가운데에 녹슨 잠금 장치가 박혀 있었다. 수조 아래로는 북쪽 외곽 방벽과 연결되는 예비 수문이 있었다. 평소라면 폐기된 길이었다. 그러나 저주파는 그 수문 아래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무무가 잠금 장치 앞에 멈춰 서자, 방패 비늘의 가장자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발끝으로 물을 한 번 밟고, 수면 위에 작은 파문을 만들었다. 파문이 벽에 부딪히자 저주파와 같은 속도로 되돌아왔다.
은채는 그 반응을 보고 바로 깨달았다. 공명이었다. 무무는 소리를 피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소리를 골라 쓰고 있었다. 도망 대신 해석. 숨기기 대신 길 만들기. 그녀는 무무의 목 뒤에 손을 얹고 조심스럽게 방향을 틀어 주었다.
"여기. 이 각도. 맞으면 한번 눌러 봐."
무무가 몸을 낮췄다. 방패 비늘이 잠금 장치를 감싸듯 벌어졌다. 순간, 수문 쪽에서 돌아오는 낮은 울림과 무무의 비늘 떨림이 정확히 겹쳤다. 녹슨 장치가 오래 참았다는 듯 우는 소리를 냈고, 무거운 철문 아래에서 물이 한 번 밀려 나왔다. 은채는 숨을 삼켰다. 수문은 완전히 열리지 않았지만, 사람 하나와 새끼 괴수 하나가 빠져나갈 만큼의 틈이 생겼다.
그 틈으로 외부의 차가운 공기가 들어왔다. 폐수 냄새를 밀어내고,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다른 울림을 실어 왔다. 더 깊고, 더 넓고, 분명 살아 있는 소리였다. 무무가 그 방향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처음으로 은채의 손보다 먼저 스스로 움직였다. 눈동자 안쪽에 떨림이 사라졌다기보다, 떨림이 한 줄로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저쪽이야?" 은채가 물었다.
무무는 대답 대신 문틈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 순간 그의 비늘이 한 번 더 펼쳐지며 외부 소음을 잘라 냈다. 멀리서 울려 오는 저주파가 더 또렷해졌다. 끊긴 줄 알았던 응답이 아니라, 계속 살아 있었던 호출이었다. 은채는 그 소리를 듣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모체는 멸종 판정이 아니었다. 적어도 죽은 소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복도 끝에서 금속이 내려앉는 소리가 났다. 우르릉, 짧고 무겁게. 군이 북쪽 통로의 철문을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서 확성기 음성이 수조 전체에 퍼졌다.
"대상 무무 개체는 현재 국가 전략자산으로 재지정되었다. 현장 인원은 즉시 손을 들고 대기하라. 조은채, 비인가 침입으로 간주한다. 이동을 중지하라."
수조 반대편 통로에 검은 무장복이 하나둘 나타났다. 헬멧의 반사판에 붉은 조명만 남았다. 그들 사이의 선두가 서류판을 들어 올렸다. 은채는 문서의 맨 위에 찍힌 도장을 봤다. 소유권 동결. 임시 회수. 현장 봉쇄. 그녀는 웃지도 울지도 못한 채 무무의 몸 앞에 섰다.
"뒤로 안 가." 그녀가 낮게 말했다. "여기까지 왔으면, 지금 물러서면 끝이야."
무무는 그녀의 등 뒤에 바짝 붙었다. 방패 비늘이 커졌다. 수문 너머 저주파는 여전히 살아 있었고, 군의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철문은 이미 절반 가까이 내려왔다. 화면에 남은 숫자가 붉게 깜박였다. 09:47. 09:46. 09:45. 그리고 바깥에서, 아주 멀고 깊은 곳에서, 같은 박자의 울림이 한 번 더 돌아왔다. 살아 있다. 오라. 그러듯이.
은채는 그 소리를 들으며 손을 천천히 들었다. 항복이 아니었다. 무무를 앞으로 밀어 주기 위한 준비였다. 수문 아래의 틈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그러나 뒤에서는 군이 들어오고, 앞에서는 저주파가 부르고 있었다. 둘 사이에서 선택은 이미 끝났다. 그녀는 무무를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뛰어. 내가 뒤를 막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