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궁 내화실의 문은 방패처럼 두꺼웠다. 문틈마다 붉은 빛이 새어 나왔지만, 그 빛은 따뜻하지 않았다. 오래 눌러 두었다가 한 번에 터뜨리는 쇳물 같은 열이었다. 마루는 그 앞에 서자마자 알았다. 이곳의 불은 장작으로 피운 불이 아니었다. 이름을 태워 만든 불이었다.
감찰관은 그를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왼쪽 손목에는 아직도 검은 통증이 남아 있었고, 오른손 바닥에는 장부를 뒤집을 때 생긴 갈라진 자국이 쩍쩍 마른 피로 굳어 있었다. 이름판은 허리춤에 있었지만, 이미 가운데가 갈라져 더는 예전처럼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마루는 들어가야 했다. 검이 있는 곳에 답이 있었다. 그리고 답이 있다면, 그 답은 대개 누군가의 피를 먹고 있었다.
내화실의 중심에는 첫 처형검이 누워 있었다. 검은 쇠틀 안에 반쯤 잠긴 채였고, 칼몸은 불빛을 먹은 물처럼 검었다. 그런데 가까이 갈수록 이상했다. 칼날은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살아 있는 살처럼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칼집 대신 감싼 흑철 띠마다 작은 홈이 길게 뻗어 있었고, 그 홈은 마루가 만든 자물쇠의 열쇠 이빨과 닮아 있었다. 사람을 베는 칼이 아니라, 문을 여는 칼. 아니, 문을 닫는 칼.
왕실 장인감찰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흰 수염 끝에 연기가 묻어 있었고, 손에는 내화실 전용 봉인침이 들려 있었다. 「네가 듣는다는 불이, 여기서도 들리느냐」 그가 물었다. 마루는 대답 대신 검의 옆면을 바라봤다. 왼손의 감각은 비어 있었지만, 귀는 아직 살아 있었다. 철이 식을 때 나는 낮은 숨, 불이 금속 안쪽을 핥을 때 생기는 짧은 울림. 그 모든 게 이 검 안에 쌓여 있었다. 그는 천천히 말했다. 「듣는 게 아니오. 남은 소리를 구분하는 거지. 이건 칼이 아니라 장부를 굽는 틀이군요.」 감찰관의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 그 미세한 흔들림만으로도 마루는 확신했다. 맞다. 이들은 숨기고 있었다. 검의 목적이 살인이 아니라 기록이라는 걸.
마루는 허리춤에서 갈라진 이름판 조각을 꺼냈다. 아버지의 진각이 남아 있던 마지막 파편이었다. 이미 열 감각은 사라졌고, 손끝은 무뎠지만, 그는 그 조각을 검의 홈 가까이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칼 안쪽에서 아주 가는 떨림이 올라왔다. 글자가 아니라 숨이었다. 숨이 검 안에서 반응했다. 마루는 눈을 가늘게 뜨고 홈의 방향을 더듬었다. 세 갈래가 아니라 네 갈래. 네 갈래 중 하나가 미세하게 비틀려 있었다. 거기가 위조의 틈이었다.
그는 파편을 비스듬히 밀어 넣었다.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방 안에 길게 늘어졌다. 순간 뜨거운 숨이 손바닥을 덮쳤다. 남아 있던 감각의 끝이 한꺼번에 타올랐다가 꺼졌다. 마루는 이를 악물고 끝까지 밀었다. 검 안의 첫 층이 벌어지면서 얇은 검은 비늘 같은 것이 한 장씩 미끄러져 나왔다. 그 비늘 아래에는 흑색의 납심이 있었다. 납심은 원래 칼심을 단단하게 묶는 재료였다. 하지만 이것은 달랐다. 납심 위에 글자가 박혀 있었다. 이름이었다. 이름들이 층층이 눌려 있었다.
마루는 그중 가장 아래쪽을 읽었다. 벤, 아르칸. 그의 아버지 진각이었다. 옆에는 납품 일자와 함께 짧은 주석이 있었다. 이 각인은 원본이 아니라는 뜻, 원각은 공방에서 회수되었다는 뜻, 그리고 그 뒤에 붙은 짧은 문장. 이름은 검이 아니라 기록을 위해 찍힌다. 마루의 숨이 멎었다. 이 검은 사람을 죽이기 전에 사람의 이름을 먼저 바꿔 놓고 있었다. 칼날로 살을 베는 게 아니라, 장부를 베어 목을 끌고 가는 방식이었다.
그 순간 검 내부 깊은 곳에서 아주 가느다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불꽃이 아니라, 불에 눌린 목소리였다. 마루는 그 소리에 몸을 굳혔다. 분명한 아버지의 음성은 아니었지만, 아버지가 망치질할 때 늘 내뱉던 숨과 닮아 있었다. 「심부를 끌어내고, 바깥을 믿지 마라.」 마루는 돌아서지 않았다. 그 말을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 보내며, 납심 아래 또 다른 층을 밀어 올렸다. 그러자 검 안쪽에 접힌 장부 한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얇은 구리판에 먹과 열로 새긴 명부였다. 집행 대상이 아니라 납품 경로, 서명 순서, 위조에 쓰인 도장 배열이 한눈에 적혀 있었다. 기록 서기의 도장이 아니라, 왕실 집행부 안쪽 결재선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마루는 그 장부의 첫 줄을 읽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웃음 같은 숨을 뱉었다. 거기에는 첫 처형검이 만들어진 날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제조 책임자란 칸에 그의 아버지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그 이름은 끝이 살짝 깎여 있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한 글자를 지워 가짜 흔적으로 바꿔 놓은 자국이었다. 아버지는 이 검을 만든 것이 아니라, 빼앗긴 것이었다. 마루는 장부를 들어 올렸다. 「이게 네가 숨기던 거냐. 사람을 죽일 칼이 아니라, 사람을 바꿔 넣는 틀이었군.」
감찰관은 한 발 물러섰다. 그가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변명이 아니었다. 계산이었다. 「네가 여기까지 오길 기다렸다. 네 손이 아니면 심부가 안 열린다. 벤의 피가 있어야만 닫힌 층이 벌어진다.」 마루는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검은 추적각인이 살갗 위로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뜨거운 도장처럼, 왕실의 무늬가 스스로 피부를 새기고 있었다. 아프다고 느낄 틈도 없었다. 이미 늦었다. 이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왕실은 그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때 내화실 바깥쪽 문이 거칠게 열렸다. 쇠사슬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먼저 들렸고, 그 다음에 오르센의 숨이 들렸다. 두 병사가 그의 팔을 비틀어 잡고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입술 끝에는 아직도 마른 피가 남아 있었다. 감찰관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회수했다. 네가 저 장부를 숨기면 저자는 여기서 인질이 된다. 네가 왕실 인장을 찍어 재봉인하면, 그는 아직 정오를 넘길 수 있다.」 오르센이 고개를 들었다. 「마루, 하지 마.」 목소리는 떨렸지만 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저건 널 묶어.」 마루는 장부와 오르센을 번갈아 봤다. 장부는 무거웠고, 추적각인은 따뜻하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는 이제 확실히 알았다. 왕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확인이 아니었다. 자신을 봉인실의 일부로 만드는 것, 자신의 손을 왕실 인장의 연장으로 박아 넣는 것이었다. 그래야 이 모든 위조를 계속 굴릴 수 있으니까.
마루는 마지막으로 남은 이름판 파편을 검의 심부 위에 놓았다. 파편은 더는 쓸 수 없을 만큼 갈라졌고, 그가 손을 떼자마자 끝부분이 붉게 달아오르다 재처럼 부서졌다. 그 조각이 사라지자 검 안쪽의 숨도 함께 진정됐다. 마루는 낮게 말했다. 「재봉인 안 한다. 대신 이걸 가져간다.」 감찰관의 눈이 좁아졌다. 「그 장부를 가지고는 여기서 못 나간다.」 「맞아.」 마루가 장부를 가슴 쪽으로 끌어안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네가 더 급해진 거지.」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내화실 천장 위의 세 번째 종이 울렸다. 쇳소리는 길고 낮았고, 울림이 끝나기도 전에 바깥 철문이 굉음을 내며 닫혔다. 감찰관이 즉시 손을 들었다. 병사 둘이 앞으로 나왔고, 오르센의 어깨를 더 세게 잡아당겼다. 「재봉인 절차로 전환한다. 장부를 내려놔. 안 그러면 저자부터 뜬다.」 마루는 장부를 내리지 않았다. 대신 검에서 빠져나온 납심 조각을 한 손에 쥐고, 봉인된 불문과 오르센의 묶인 손목을 동시에 바라봤다. 왕실은 이제 명확한 선택을 내밀고 있었다. 장부를 넘겨 왕실 인장 아래 다시 묻거나, 오르센을 인질로 두고 자신이 추적각인을 달고 기록실로 끌려가거나. 그리고 그 가운데에, 아직 식지 않은 첫 처형검의 심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