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마지막 불꽃
불꽃은 말을 하지 않았다. 타 버린 것들의 모양으로 거절했다.
마루 벤이 풀무를 밟자 화덕 안의 흰 불이 길게 일어섰다. 불꽃 끝이 칼날처럼 갈라졌다가 갑자기 안쪽으로 접혔다. 그 사이에 검은 형상이 나타났다.
목이 아니었다.
쇠사슬에 묶인 손목이었다.
"또 갈라졌나?"
왕실 집행관 오르센이 모루 건너편에서 물었다. 그의 뒤에는 새벽 처형을 알리는 붉은 깃발이 세워져 있었다.
마루는 별철 검신을 집게로 들어 올렸다. 날 가운데 머리카락 같은 금이 생겨 있었다. 세 번째 균열이었다.
"담금질 물의 염도를 다시 맞춰야 합니다."
"두 시간 뒤면 죄수들이 광장에 선다. 왕실 최고의 대장장이가 물 핑계를 대나?"
"별철은 열을 급하게 빼면 기억을 놓칩니다."
오르센이 비웃었다.
"칼이 기억해서 사람을 베나? 날이 서면 베는 거지."
보통 쇠라면 맞는 말이었다. 별철은 달랐다. 유성이 땅에 박힐 때 주변의 소리와 열을 품었다가 다시 달구면 그때의 모양을 불꽃에 비췄다. 잘 다루면 검은 사용자의 맹세를 기억했고, 배신한 손에서는 무거워졌다.
왕실 주문은 그 성질을 이용했다.
처형 명부에 이름이 오른 죄수의 손도장을 검등에 대면, 검은 그 사람이 왕국에 바친 맹세를 끊었다. 반역자의 마법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칼.
"명부를 다시 보여 주십시오."
마루가 말했다.
오르센의 눈썹이 올라갔다.
"대장장이가 죄목까지 심사하나?"
"검이 이름을 받아야 마지막 각인을 할 수 있습니다. 어제 본 명부와 오늘 인원수가 다릅니다."
어제는 일곱 이름이었다. 지금 붉은 깃발 아래 놓인 가죽 명부에는 여덟 개의 매듭이 달려 있었다.
"밤사이 공범이 자백했다. 한 명 추가됐어."
"왕실 봉인은 언제 다시 열었습니까?"
"네가 알 일이 아니다. 칼이나 완성해."
마루는 별철을 다시 화덕에 넣었다. 흰 불 속에서 손목 형상이 사라지고 작은 글자 하나가 나타났다.
`리오.`
여덟 번째 죄수의 이름이었다.
그 이름 주위의 불꽃에는 맹세 파기의 흔적이 없었다. 대신 장부에 억지로 눌린 새 잉크의 열만 남아 있었다.
### 2. 검이 아는 것
마루는 작업대 아래의 시험편을 꺼냈다. 검신을 만들고 남은 별철 조각이었다. 그는 명부 가죽끈에서 떨어진 붉은 밀랍 한 점을 시험편 위에 올리고 가열했다.
불꽃이 두 겹으로 갈라졌다.
첫 번째 봉인은 어제 정오에 눌렸다. 일곱 이름과 함께 식은 열이었다.
두 번째 열은 오늘 새벽 한 시. 봉인을 녹이지 않고 가장자리만 데워 가죽을 벌린 흔적이었다. 누군가 여덟 번째 종이를 끼우고 밀랍을 다시 붙였다.
마루는 확대경으로 명부 매듭을 보았다. 마지막 끈만 꼬임 방향이 반대였다.
"리오는 언제 재판받았습니까?"
오르센이 검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질문이 많군."
"이 검은 유죄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이름과 손도장이 맞으면 맹세를 끊습니다. 명부가 틀리면 무고한 사람도 벱니다."
"처형검은 원래 사람을 베는 물건이다. 네 책임은 잘 베게 만드는 것까지야."
마루는 그 문장을 주문서 여백에 적었다.
"방금 말씀을 서명해 주십시오. 명부 진위는 집행관 책임이며 제작자는 검증 기회를 거부당했다고."
오르센은 웃음을 거뒀다.
"공방을 왕실이 빌려준 걸 잊었나? 이 주문을 거부하면 너와 제자들은 오늘 안에 나가야 해. 마지막 불꽃도 회수한다."
화덕 안 흰 불은 마루의 아버지가 남긴 불씨에서 이어 온 것이었다. 스무 해 동안 한 번도 완전히 끄지 않았다. 왕실 소유 문서에는 대관 자산으로 적혀 있었다.
마루는 제자들이 자는 위층을 올려다봤다. 검을 완성하면 공방은 남는다. 리오라는 사람은 새벽에 죽는다. 그가 유죄일 가능성도 있었다. 명부가 위조됐다는 사실과 무죄라는 사실은 같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 없이 이름을 더한 칼을 만들 수는 없었다.
"완성하겠습니다."
오르센의 입가가 다시 올라갔다.
마루는 말을 이었다.
"주문하신 기능을, 다른 형태로."
그는 완성 직전의 검신을 모루 위에 놓고 큰 망치를 들었다.
첫 타격에 날이 접혔다.
오르센이 칼을 뽑았다.
두 번째 타격에 별철이 반으로 갈라졌다.
"미쳤군!"
마루는 뜨거운 두 조각을 다시 화덕에 밀어 넣었다.
"사람 이름을 따라가는 칼은 못 만듭니다. 대신 이름을 몰래 더하지 못하게 하는 물건을 만들겠습니다."
### 3. 잠그는 기술
칼에는 하나의 손잡이만 필요했다. 자물쇠에는 서로 다른 두 손이 필요했다.
마루는 별철을 얇은 톱니 두 벌로 늘였다. 한쪽은 법원 인장의 열 기억, 다른 한쪽은 처형 명부의 종이 결을 받아야만 맞물리게 설계했다. 어느 한쪽만 바뀌면 톱니가 서로 밀어내며 붉게 달아올랐다.
오르센은 공방 문을 부수려 했지만 제자 미나가 안에서 빗장을 걸었다.
"스승님, 시간이 얼마나 필요해요?"
"마흔 분."
"처형까지 한 시간이에요."
"그래서 실패할 여유가 한 번도 없다."
마루는 마지막 불꽃의 온도를 끝까지 올렸다. 흰 불이 푸르게 변했다. 불꽃 속에서 다시 족쇄가 보였다. 이번에는 쇠사슬 끝에 작은 열쇠가 달려 있었다.
재료는 칼을 거절한 것이 아니었다. 자기 기억을 베는 데 쓰지 말라고 보여 준 것이었다.
첫 톱니가 너무 팽팽해 종이를 찢었다. 마루는 별철 한 조각을 잘라 스프링을 만들었다. 남은 재료는 손톱만큼뿐이었다.
두 번째 시험에서 법원 인장만 대자 자물쇠가 열리지 않았다. 명부 가죽과 함께 눌렀을 때 두 톱니가 맑은 소리를 내며 맞물렸다.
완성.
공방 문이 깨졌다. 오르센과 왕실 경비가 들어왔다.
마루는 뜨거운 자물쇠를 집게로 들었다.
"검은 어디 있지?"
"여기 다 들어갔습니다."
"체포해."
"먼저 이걸 처형대 명부에 시험하십시오. 실패하면 제가 공방 훼손과 명령 거부를 모두 인정하겠습니다."
"이미 인정했어."
"여덟 번째 이름이 정식이라면 자물쇠는 열립니다. 왜 두려워합니까?"
경비들 앞에서 오르센은 물러날 수 없었다.
그들은 광장으로 갔다.
법원 인장과 명부를 자물쇠 양쪽에 넣었다. 마루가 잠금쇠를 밀자 일곱 이름의 종이 결은 법원 인장과 맞았다. 여덟 번째 종이에서 별철이 붉게 달아올랐다.
자물쇠는 닫힌 채 열리지 않았다.
법원 서기관이 여덟 번째 종이를 빼냈다. 그 아래에는 재판 번호도, 판사 서명도 없었다.
광장 종이 새벽을 알렸다.
처형은 유예됐다.
### 4. 첫 번째 칼
리오를 포함한 여덟 죄수는 다시 법원으로 이송됐다. 일곱 명의 유죄 판결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왕실은 명부 진위를 재검증하기 전 누구도 처형할 수 없었다.
마루는 왕명 거부와 왕실 자산 파괴로 체포됐다.
공방 문에는 몰수 봉인이 붙었다. 제자들은 하루 안에 개인 도구만 챙겨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마지막 불꽃은 자물쇠를 완성한 뒤 손바닥만 한 숯빛으로 줄었다.
미나가 울면서 물었다.
"불씨라도 가져가면 안 돼요?"
"왕실 자산이래. 손대면 너도 잡혀."
"불이 어떻게 왕실 거예요?"
"문서에는 그렇게 적혀 있지. 그래서 우리가 오늘 자물쇠를 만든 거고."
마루는 포박된 손으로 화덕 가까이 갔다. 마지막 열이 얼굴에 닿았다.
불꽃이 한 번 일어났다.
이번에는 족쇄도 열쇠도 아니었다. 젊은 시절의 아버지가 보였다. 그는 같은 별철을 길고 검은 검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검등에는 마루가 오늘 거부한 맹세 절단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아버지 뒤의 벽에는 왕궁 지하 무기고 표식이 있었다.
불꽃은 마지막으로 검의 칼자루를 비췄다. 왕관 안쪽에 숨겨진 숫자 하나.
`1.`
첫 번째 처형검.
마루가 만든 것은 세 번째 주문이었다. 두 번째는 실패했다고 들었다. 첫 번째가 완성됐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다.
불이 꺼졌다.
오르센이 마루를 끌어냈다.
"오늘 한 명을 살렸다고 생각하나?"
"아닙니다. 오늘은 죽이는 순서를 멈췄을 뿐입니다."
"왕궁에는 네 자물쇠가 닿지 않는 문이 많아."
마루는 식어 가는 화덕을 돌아보았다.
"그럼 다음에는 문에 맞는 열쇠를 만들겠습니다."
왕궁 쪽에서 검 한 자루가 뽑히는 듯한 금속음이 길게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