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리자, 들어오는 것은 사람보다 명령에 가까웠다. 감찰관의 망토 끝에는 이른 새벽의 축축한 냉기가 묻어 있었고, 그의 뒤로는 집행병 둘과 기록 서기가 줄지어 섰다. 오르센은 손목이 묶인 채 끌려왔다. 머리카락 끝에는 밤비가 마르지 않았고, 입술에는 피가 아주 옅게 번져 있었다. 마루는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바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눌렀다. 지금 움직이면 오르센은 죽지 않아도 이름부터 빼앗긴다. 그 사실이 더 잔인했다.
감찰관이 먼저 입을 열었다. 「확인 각인을 찍어라. 해 뜨기 전이다.」 마루는 대답하지 않고 허리춤에 숨겨 둔 얇은 이름판을 만졌다. 아버지의 진각이 옅게 남은 철판이었다. 첫 처형검을 읽어 낸 뒤, 그는 그 판이 단순한 증거가 아니라 하나의 열쇠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 이름을 지우는 판이 아니라, 이름을 뒤집는 판. 다만 그걸 쓰려면 손끝에 남은 아주 작은 열감까지 다 끌어다 써야 했다.
「그 판을 내놔.」 감찰관이 말했다. 「그건 증거가 아니다. 네 손아귀에 있으면 조작이 된다.」 마루는 고개를 저었다. 「조작은 이미 끝났지. 왕실이 먼저 했잖아. 아버지의 각인을 훔쳐서 사람 이름을 바꾸는 장치를 만들었는데, 지금 와서 내 손만 의심하나.」 서기가 움찔했다. 감찰관의 눈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그 짧은 흔들림만으로도 마루는 알 수 있었다. 맞다. 저들은 이 검을 숨겼고, 숨긴 이유는 칼날이 아니라 장부였다.
오르센이 낮게 말했다. 「마루, 제발. 찍지 마. 네 이름이 올라가.」 「이미 올라가고 있어.」 마루가 답했다. 그는 첫 처형검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병사가 창끝을 들어 막으려 하자 감찰관이 손을 들었다. 그는 마루가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끝까지 보게 하려는 듯했다.
검은 생각보다 길게 누워 있었다. 칼날은 빛을 먹은 물처럼 검었고, 몸체 옆면에는 아주 얇은 기록 홈이 나 있었다. 마루는 숨을 들이켰다. 그 홈의 깊이와 결이 너무 익숙했다. 자신이 만든 자물쇠와 닮아 있었다. 다만 이건 자물쇠가 사람을 지키는 대신 사람을 갈아 끼우는 모양이었다. 그는 허리춤에서 이름판을 꺼내 들었다. 손끝이 조금 떨렸다. 오른손은 이미 정밀함을 잃은 뒤였고, 왼손은 열을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도 아직 남은 감각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화덕의 가장자리 같은 미열.
「가까이 와.」 마루가 말했다. 감찰관이 한 걸음 다가왔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확인이지. 네가 원하는 것처럼.」 그는 이름판을 검의 기록 홈에 겹쳐 눌렀다. 순간 손바닥 아래에서 뜨거운 통증이 번쩍 치솟았다. 오래 남아 있던 열 감각이 바늘처럼 찔렸고, 그 바늘이 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철이 먼저 울었다. 아주 낮고 길게, 사람 귀에는 거의 안 들릴 정도로. 그 울음이 검 안쪽의 다른 기록층을 흔들었다.
검의 표면이 미세하게 일렁이더니, 이름판의 진각과 겹친 자리에서 얇은 글자가 떠올랐다. 마루는 그 글자를 읽는 순간 숨을 멈췄다. 왕실 집행부 확인 각인 아래, 더 얇은 서기가 남긴 흔적이 숨어 있었다. 위조였다. 감찰관의 편이 아니라, 감찰실 내부의 손이 개입한 위조였다. 그리고 그 위조는 오르센의 이름 옆에 붙은 집행 표시를 정식으로 보이게 만들기 위해 덧씌워져 있었다.
서기가 얼굴이 새하얘졌다. 「그건... 그럴 리가 없습니다.」 마루는 검에서 이름판을 떼지 않은 채 낮게 말했다. 「보이잖아. 이름을 올린 손이 따로 있어. 칼을 만든 손이 아니라, 칼로 장부를 베낀 손이.」 감찰관이 서기를 돌아봤다. 서기는 입술을 달달 떨며 아무 말도 못 했다. 그 침묵만으로도 충분했다. 왕실의 뜻이 아니라, 왕실 내부의 누군가가 이 이름을 급히 밀어 넣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 순간 검의 홈이 다시 한 번 반응했다. 이름판과 맞닿은 자리에서 얇은 금속판 하나가 스르르 밀려 나왔다. 마루가 손끝으로 받아 들자 거기에는 오르센의 이름 옆에 보류를 뜻하는 얇은 각인이 새로 떠 있었다. 그는 그 판을 높이 들었다. 「이건 즉시 집행이 아니야. 재심이다.」 병사 하나가 본능적으로 앞으로 나왔지만 감찰관이 먼저 외쳤다. 「멈춰! 서기, 봉인해.」 그러나 이미 늦었다. 기록이 흔들린 이상, 집행대는 바로 움직일 수 없었다. 오르센의 손목을 묶고 있던 쇠사슬이 아주 조금 느슨해졌다.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었지만, 목숨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틈은 생겼다.
오르센이 마루를 보며 작게 숨을 내쉬었다. 「살았나?」 마루는 대답하지 못했다. 왼손 끝이 텅 비어 있었다. 열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마른 재 같은 감각뿐이었다. 그는 손가락을 접었다 폈지만, 화덕 옆에서 금속 온도를 읽던 미세한 감각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름판도 그 사이에 가늘게 갈라졌다. 더 쓰면 완전히 부서질 것이다. 다시는 같은 방식으로는 왕실의 거짓을 읽을 수 없었다.
감찰관이 한 발 물러섰다.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에서 서늘한 균열이 들렸다. 「이건 끝난 게 아니다.」 마루가 판을 쥔 손을 천천히 내렸다. 「맞아. 그래서 네가 더 급해진 거고.」 감찰관은 기록 서기에게 소리쳤지만 서기는 이미 얼굴이 죽어 있었다. 검 안쪽의 진각이 들통난 이상, 새벽 집행은 그대로 밀어붙일 수 없었다. 대신 더 더러운 방식이 남았다. 감찰관은 마루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꺼내 든 봉인지를 내밀었다. 왕실 금장이 눌린 소환장이었다.
「동궁 내화실로 와라.」 그가 말했다. 「해 뜨기 전까지 첫 처형검의 심부를 열어. 네가 거기서 확인을 끝내면, 오르센은 정오 이전 집행대에 넘기지 않는다. 못 열면 공방 잔여물과 함께 전부 불탄다.」
마루는 소환장을 받지 않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내화실. 그 이름은 아버지의 기억 속에서도 몇 번 스친 적이 있는, 왕궁 가장 깊은 불길의 자리였다. 첫 처형검이 왜 아직 거기에 남아 있는지, 왜 아버지의 진각이 그토록 거칠게 위조되어야 했는지, 왜 왕실이 지금까지 이 검을 숨겨 왔는지, 그 모든 답이 그 안에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신 대가는 분명했다. 한 번 더 들어가면 그는 이제 진짜로 손끝 하나도 남기지 못할 수 있었다.
오르센이 묶인 채로 말했다. 「가지 마. 이번엔 진짜 네가 걸린다.」 마루는 소환장을 받아 들었다. 봉인지는 차갑고 무거웠다. 그는 그 무게를 손바닥에서 잠깐 재듯 느끼다가 조용히 말했다. 「이미 걸렸어. 다만 이번엔 내가 먼저 문을 열 뿐이야.」 그가 고개를 들자, 감찰관의 뒤편 창으로 아직 해가 오지 않은 동쪽 하늘이 보였다. 빛은 없었지만, 그 자리에 다음 불길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마루는 그 빈자리를 보며 알았다. 지금부터는 검을 읽는 일이 아니라, 왕실의 심부를 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오르센이 아닌, 첫 처형검의 심장부였다.
감찰관이 마지막으로 못 박듯 덧붙였다. 「세 번째 종이 울리기 전까지 오지 않으면, 오르센 이름부터 부른다. 이번엔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