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panels · Automated checks complete

사흘 뒤 아침 물질에서, 막례가 올라오다 주저앉았다.
전화는 쉼터 총무가 걸었고, 문장은 세 개였다. 막례가 쓰러졌다. 토했다. 잠수병인 것 같다. 다원은 왕진 가방을 메면서 마지막 문장만 지웠다. 이름은 현장에서 몸이 정한다 — 소문이 아니라.
해녀 쉼터는 젖은 잠수복 냄새와 웅성거림으로 차 있었다. 막례는 평상에 모로 누워 있었고, 얼굴이 종잇장이었다. 어지럼, 구토 두 번, 오른팔 저림. 쉼터의 웅성거림은 한 단어로 수렴하고 있었다. 잠수병. 잠수병이래.
"비켜요, 비켜. 소장 왔다."
순단이 웅성거림을 갈랐다. 다원은 평상 옆에 무릎을 꿇으며 물었다.
"막례 할머니, 저 보이세요? 몇 손가락이에요?"
"…둘."
"성함 말씀해 보세요."
"강막례. 아이고, 어지러워."
"토하신 건 몇 번이에요?"
총무가 대신 답했다.
"두 번요. 물에서 나오자마자 한 번, 여기서 한 번."
다원은 사정부터 시작했다. 의식 명료. 동공 정상. 팔 저림은 양측이 아니라 오른쪽 — 그런데 저리다는 팔을 쥐어 보라니 쥔다. 힘이 빠진 게 아니라 저린 것. FAST 음성. 활력은 혈압이 낮은 쪽, 맥이 빠른 쪽.
쉼터 한쪽에서 누군가 말했다. 챔버 불러야 하는 거 아니냐고. 잠수병은 챔버라고, 티브이에서 봤다고. 이름이 먼저 온 자리에는 처방도 먼저 와 있었다.

보건소 유선은 매뉴얼대로 답했다.
"감압병 의심이면 챔버 이송이고요, 챔버선은 오후 세 시 배예요. 아니면 경과 관찰하시고요."
"의심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게 지금 제 질문인데요."
"그건 현장 판단이시죠."
전화를 끊고 다원은 소리 내지 않고 한 번 웃었다. 웃음의 종류는 응급실 시절의 것이었다.
"챔버 아니면 관찰. 유선은 늘 둘 중 하나예요. 환자는 그 사이에 있는데."
"소장님, 챔버 배 예약이라도 걸어 둘까요?"
총무가 물었고, 다원은 반 박자 생각하고 답했다.
"걸어 두세요. 취소는 공짜예요. 판단은 지금부터 삼십 분 안에 서요."
예약을 걸어 두는 것과 판단을 미루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응급실 칠 년이 가르친 구분이었다.

노트는 왕진 가방 안에 있었다. 성혜의 정자체가 색인에서 길을 냈다 — 물질 뒤 볼 것. 항목은 목록이었다. 사십 년의 물질 사고가 벼린 감별 목록. 잠수 깊이와 시간을 물어라. 마지막 식사를 물어라. 물 밖 증상과 물속 증상을 가르라. 저림이 관절을 넘는지 보라. 그리고 목록의 끝에 붉은 줄 —
목록을 읽는 동안 다원은 성혜의 문장 버릇을 또 하나 배웠다. 항목마다 이유가 반 줄씩 붙어 있었다. 마지막 식사를 물어라 — 빈속 물질이 반을 잡아먹는다. 저림이 관절을 넘는지 보라 — 넘으면 신경, 안 넘으면 순환이나 당. 사십 년의 사고들이 반 줄씩으로 눌려 있는 목록이었다.
다원은 목록의 첫 항목부터 소리 내어 물었다. 답한 것은 막례가 아니라 순단이었다. 쉼터가 다 들으라는 목소리였다.
"막례는 오늘 얕은 물만 탔다. 두 발 길이도 안 들어갔어. 잠수병 나올 물질이 아니야."
"확실하세요? 깊이."
"물질 오십구 년이다. 내 눈이 물때표다. 오늘 물이 흐려서 다들 얕은 데만 탔어."
"마지막 식사는요?"

막례가 겨우 답했다.
"…어제 저녁."
"아침 안 드시고 물에 드셨어요?"
"물때가 아침이었으니께."
빈속의 물질, 여름 볕, 얕은 수심. 다원은 혈당계를 꺼냈다. 삑 — 사십팔.
"하나는 노트의 검증 항목, 둘은 물질 프로필, 셋은 혈당계예요."
다원은 쉼터에 들리게 말했다. 감별은 공개로 서야 이름을 이긴다.
"검증 항목이 감압병의 조건을 묻고, 물질 프로필이 그 조건을 지우고, 혈당계가 진짜 원인을 찍었어요. 저혈당에 탈수예요. 잠수병 아닙니다."

"혈당 사십팔. 포도당 먼저, 수액 다음, 재사정 삼십 분."
처치는 직무 범위의 순서였다. 포도당 보충, 정맥로, 수액. 진료소로 옮긴 평상 위에서 막례의 얼굴에 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다원은 노트의 그 페이지를 펴 든 채, 쉼터에서 따라온 해녀들에게 붉은 줄을 짚어 보였다.
"붉은 줄이에요. 의식이 흐려지거나 말이 무너지면, 무조건 후송."
"지금은 안 넘은 거고?"
"안 넘었어요. 그래서 관찰이에요. 넘는 순간 배 불러요 — 그건 제가 약속할게요. 관찰은 지켜보는 거지 내버려 두는 게 아니에요."
수액이 반쯤 들어갔을 때 막례가 눈을 제대로 떴다.
"…챔버 안 가도 되는겨?"
"할머니 몸이 챔버 갈 몸이 아니에요. 빈속에 여름 물에 드셔서 그래요. 아침 거르고 물질하시면 다음에도 이래요."
"물때가 아침이면 어쩌누."
"주먹밥 하나라도 드시고 들어가세요. 이건 처방이에요. 노트에 적어 둘 거예요."
평상 주변의 해녀들이 낮게 웃었다. 웃음이 도는 순간 쉼터의 이름 — 잠수병 — 이 힘을 잃는 것이 느껴졌다.
삼십 분 재사정. 혈당 아흔둘. 한 시간 뒤 백십. 구토 멈춤, 저림 소실. 막례는 저녁 무렵 미음을 받아 들었고, 숟가락을 쥔 손으로 다원의 손목을 잡았다.
"성혜 있을 적에, 꼭 이랬어. 묻고, 재고, 그담에 말하고."
"소장님 노트대로 한 거예요, 오늘."
"그 노트가 살아 있구나. 손이 바뀌어서."

막례의 미음이 반쯤 비었을 때, 순단이 진료소 마루에 앉으며 말했다.
"쉼터가 다 봤다. 니가 묻고 재는 거."
"보시라고 소리 내서 한 거예요."
"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오늘부로 해녀회는 니 편이다. 물질하는 몸들은 저를 살리는 손을 안 잊어."
"할머니. 하나 여쭐게요. 성혜 소장님이 물질 사고 나면 — 보험 접수는 어떻게 하셨어요?"
"성혜? 접수 같은 건 관심도 없었지. 기록만 했어. 근데 말년에 한 번, 이상한 말을 했다. 요즘은 사고가 나기도 전에 서류 냄새가 난다고. 무슨 말이냐니까 웃고 말더라."
사고가 나기도 전에 서류 냄새가 난다. 다원은 그 문장을 수첩에 적었다. 물증은 아니었다 — 그러나 곧 물증이 올 것 같은 문장이었다.
표상만이 온 것은 그 무렵이었다. 진료소 문을 노크 두 번, 웃는 얼굴 먼저. 어촌계 상해보험 담당, 섬이 다 아는 보험 아저씨. 그의 가방에서 서식이 나왔다.

"막례 어르신 사고 접수요. 어촌계 단체 상해보험 들어 있으시거든요. 제가 대행해 드리려고요. 접수는 빠를수록 좋아요. 어르신들 좋으라고 하는 일인데요."
"사고 접수요. 무슨 사고로요?"
"물질하다 쓰러지셨다면서요. 잠수 사고죠."
다원은 서식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경위란에서 눈이 멈췄다.
경위란이 이미 채워져 있었다 — 잠수 중 감압 사고. 진단은 아직 아무도 안 했는데.
손글씨 서식 안에서 그 줄만 타이핑이었다. 반듯한 활자. 미리 준비된 문장. 다원은 서식을 책상에 내려놓고, 직무의 언어를 꺼냈다.
"접수 대행은 보호자 위임이 있으면 하실 수 있어요. 그런데 이 경위란은 못 나가요. 감압 사고라는 진단은 존재하지 않아요. 오늘 이 어르신의 의무 기록상 상병은 저혈당과 탈수고, 그건 잠수 사고가 아니에요."
"아이고, 그거야 병원에서 정리되면 —"

"정리될 게 없어요. 기록은 이미 있어요. 제가 썼고, 계측값이 붙어 있어요. 이 서식대로 접수되면 의무 기록과 다른 허위 경위가 보험사에 가요. 그건 어르신 좋으라는 일이 아니라 어르신을 위험하게 하는 일이에요 — 나중에 그 어르신이 허위 청구자가 되는 거니까."
표상만의 웃는 얼굴은 무너지지 않았다. 다만 서식을 거둬 가는 손이 반 박자 빨랐다.
"제가 뭐, 서류야 회사에서 주는 대로 —"
"그 말씀, 기억해 둘게요. 서류는 회사에서 주는 대로 오는 거라고."
"사진 한 장 찍을게요. 접수 반려 사유 기록용으로요."
"아, 그건 좀 —"
"반려된 서식의 기록은 반려한 쪽 직무예요. 서식에 문제가 없으면 기록이 남아도 문제가 없으실 거고요."
표상만은 웃는 얼굴인 채로 삼 초를 섰다가, 서식을 책상에 도로 내려놓았다.

"찍으세요, 그럼. 저야 뭐 — 회사가 하라는 대로 하는 사람이라."
"그 말씀 두 번째예요, 오늘."
그가 나가기 전에 다원은 폰으로 서식을 두 장 찍었다. 유나의 습관이었다. 시간 기록과 함께. 문이 닫히고 나서 보니, 그는 서식을 두고 갔다. 두고 간 것인지, 두고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 그것도 기록해 둘 일이었다.
바다가 진료소에 들른 것은 해 질 무렵이었다. 챔버선 예약 취소를 전하러 온 길이라 했다.
"취소 전화했더니 선사 아저씨가 그러던데요. 요즘 무레도 쪽 예약이 늘었다고. 챔버선이 아니라 — 요양병원 이송선요. 한 달에 한두 번이던 게 요즘은 매주래요."
"매주. 언제부터요?"
"봄부터요. 검진 버스 다녀간 다음부터."
다원은 그것도 적었다. 물류의 눈은 늘 서류보다 먼저 안다. 봄, 검진 버스, 매주의 이송선. 수확에는 계절표가 있었다.

"바다 씨. 그 얘기, 요일하고 횟수 기억나는 대로 적어 줄 수 있어요?"
"물때표처럼요?"
"물때표처럼요."
유나는 저녁에 왔고, 서식 사진을 보고 오래 말이 없었다.
"경위란 선기입. 이거 사고가 나기 전에 만들어진 서류예요."
"사고를 기다린 서류죠."
"보고서 하나 더 올릴게요. 그리고 — 지난번 대조표 건, 상부에서 연락 왔어요. 참고 접수로 안 끝났어요. 소장님 판단 기록을 정식 근거 문서로 달래요."
유나는 폰을 내밀어 보고서 초안의 한 줄을 보여 주었다.

"치안센터 보고서가 진료소장의 판단 기록을 근거 문서로 인용합니다."
"이게 무슨 의미예요, 절차상."
"소장님 기록이 기관 문서가 됐다는 뜻이에요. 다음부터 소장님 판단은 개인 의견이 아니라 인용 가능한 근거예요. 그리고 —"
유나는 폰을 거두며 반 박자 쉬었다.
"공개됐다는 뜻이기도 해요. 보고서는 회람되니까. 소장님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이제 저쪽도 문서로 읽어요."
"하나 더요. 접수 차단하신 거 — 잘하셨는데, 이제 저쪽 대응이 달라질 거예요. 지금까지는 소장님이 서류를 읽는 사람인 줄만 알았을 거고, 오늘부로 서류를 막는 사람이 됐어요. 막는 사람한테는 막는 수를 써요."
"어떤 수요?"
"제 경험으론 둘 중 하나예요. 우회하거나, 위에서 누르거나. 민원 쌓이는 속도 보면 후자 준비 중이고요. 그러니까 소장님도 준비하세요 — 기록 말고 사람요. 소장님 판단을 믿는 사람들이 어디까지 서 줄지."

"해녀회가 오늘 서 줬어요."
"그게 시작이에요. 근데 설명회 같은 거 열리면 — 마을 전체 앞에서는 또 다른 판이에요. 편든 사람들도 마을 앞에선 조용해져요. 그것까지 계산에 넣으세요."
밤의 진료소에서 다원은 하루를 기록으로 닫았다. 감별 기록, 처치와 재사정, 서식 사본, 인용 통보. 그리고 수첩의 끝에 한 줄.
수확망은 사고를 기다린다. 서식이 먼저 있고, 사고가 나중에 온다.
그리고 그 아래 한 줄을 더 적었다가, 지우지 않고 두었다. 성혜 소장님도 이 냄새를 맡았다 — 사고가 나기도 전에 서류 냄새가 난다고. 물증이 아닌 문장. 그러나 유품 상자가 열리면, 물증이 될지도 모르는 문장.
그렇다면 물어야 할 것은 하나였다. 준비된 서식은 몇 장인가. 그리고 그 서식들의 경위란에는 — 누구의 이름들이 이미 타이핑되어 있나.
자기 전에 다원은 노트의 검증 항목 페이지로 돌아가, 여백에 오늘을 보탰다. 강막례, 저혈당·탈수, 빈속 물질. 검증 항목 유효 — 프로필 문항이 결정적. 그리고 성혜의 반 줄 버릇을 흉내 내어, 제 것도 반 줄을 붙였다. 주먹밥 처방 추가 — 물때가 아침인 계절엔 쉼터에 미리.
두 사람의 글씨가 또 한 항목에 나란히 앉았다. 이번에는 무겁지 않았다. 이어 쓰는 일은 두 번째부터 계승이 아니라 그냥 일이 되는 모양이었다.
창밖으로 여름밤의 바다가 어두웠다. 성혜의 검증 항목이 오늘 한 사람을 가려냈다. 사십 년 전에 시작된 목록이 아직 사람을 살리고 있었다 — 그 목록을 만든 사람이 말년에 무엇을 알았는지는, 여전히 찢긴 자리 너머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