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정각, 재난사업부 청문회장은 기록실보다 더 차갑게 식어 있었다. 천장 조명은 밝았지만, 빛은 사람 얼굴보다 문서 가장자리를 더 하얗게 만들었다. 미라는 입구에서 임시 출석 배지를 받으며 손가락 끝으로 금속의 온도를 확인했다. 배지 뒤면에는 얇은 검은 인장이 눌려 있었고, 그 옆에 작은 숫자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참고인 1순위. 그녀는 숫자를 보자마자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사람이 우선순위가 되는 순간, 그건 보호가 아니라 분류였다.
안쪽 심문석에는 이미 몇 명이 앉아 있었다. 낮은 계급의 서기들, 보안요원, 기록관. 맨 앞에는 심문관 조성우가 있었다. 그는 서류철을 넘기며 미라를 훑어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정미라, 임시 허가 범위를 벗어난 열람과 자료 반출 의혹이 있습니다. 설명하십시오. 미라는 의자에 앉지 않고 서 있었다. 앉는 순간 질문의 높이가 낮아질 것 같았다. 허가 범위는 지켰습니다. 저는 사진만 확보했습니다. 원본은 봉인했습니다. 조성우가 시선을 들었다. 그런데 왜 정현우 이름이 내부 기록에 남아 있습니까.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미라는 등 뒤로 맺혔던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그들은 부르기로 작정한 사람을 부른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시키려 했다. 그녀는 오른손에 쥔 투명 봉투를 들어 올렸다. 안에는 지하 7층에서 빼낸 사진 두 장과 반쯤 녹아버린 오빠의 길드패 조각이 함께 들어 있었다. 그녀는 봉투를 심문대 위 스캐너에 올렸다. 자료 반입 허가서는 있습니다. 다만 이건 반입이 아니라 비교입니다. 조성우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미라는 스캐너 화면을 손끝으로 밀었다. 화면에 첫 번째로 뜬 것은 공식 출고 기록이었다. 두 번째로 뜬 것은 검은 덧인쇄였다. 인장 압력, 잉크 흡수 순서, 날짜의 앞뒤가 서로 어긋나 있었다.
조성우가 말했다. 감정사답지 않은 결론입니다. 미라는 화면을 보며 대답했다. 감정사는 물건이 아니라 순서를 봅니다. 이 인장은 실종 후에 찍힌 게 아닙니다. 출고 뒤에 덮은 겁니다. 실종이 아니라 회수였습니다. 회수라는 단어가 나오자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서기 하나가 고개를 숙였고, 뒤편에서 누군가 서류를 넘기던 손을 멈췄다. 조성우는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한 번 눌렀다. 그 말은 추정입니다. 미라는 고개를 저었다. 추정이 아닙니다. 날짜가 먼저 있고, 삭제 인장이 나중에 있습니다. 이름을 지운 뒤가 아니라, 사람을 옮긴 뒤에 지운 흔적입니다.
그때 뒤쪽 모니터가 한 번 흔들렸다. 청문회장은 내부망과 생중계가 동시에 연결되어 있었고, 미라가 올린 자료가 공용 화면으로 전송되는 중이었다. 조성우가 즉시 중지를 지시하려 했지만, 기록 담당자가 얼굴을 굳힌 채 말했다. 이미 외부 접속이 열렸습니다. 청문 시작 때 자동 기록이라 끊을 수 없습니다. 미라는 그 말을 놓치지 않았다. 공개 기록이 살아 있는 한, 그들은 다시 묻거나 덮을 수밖에 없다. 그녀는 한 걸음 더 다가서며 봉투 속 사진을 뒤집었다. 사진 한쪽 귀퉁이에 찍힌 회수 번호가 화면에 확대되었다. 정현우, 지하 7층 임시 보관, 특별 회수 3호. 이름이 실종이 아니라 보관으로 바뀌는 순간, 방 안에 있던 누구도 즉답을 하지 못했다.
조성우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그 번호는 현재 확인 중입니다. 미라는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누가 확인합니까. 재난사업부입니까, 아니면 길드입니까. 조성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서류철을 닫고 새 문서를 꺼냈다. 조사 협조 서약서였다. 미라의 시선이 가장 아래 줄에 멈췄다. 보수 지급 정지, 출입권한 임시 제한, 감시표식 부착. 그녀는 짧게 웃었다. 은폐가 아니라 격리군요. 조성우가 차갑게 말했다. 당신은 지금 보호 대상입니다. 미라는 바로 받아쳤다. 보호 대상은 저기 적힌 번호고, 저는 그 번호를 읽은 사람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 보안요원 둘이 다가왔다. 한 명은 미라의 손목에 얇은 검은 표식을 감았다. 금속도 천도 아닌 재질이었다. 피부에 닿는 순간 아주 미세한 열이 돌았다가 사라졌다. 표식은 감시가 걸린 사람의 출입문을 기록하는 장치였다. 미라는 손목을 한 번 들어 올렸다. 압박감이 생각보다 컸다. 이제부터는 길드 건물만이 아니라 대중교통 게이트까지 반응할 것이다. 도시는 여전히 넓었지만, 그녀가 걸을 수 있는 길은 절반쯤 접혀 버렸다.
그럼에도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원문 보존 확인서가 필요합니다. 조성우가 짧게 말했다. 무엇을 위해서. 미라는 녹은 길드패 조각이 든 봉투를 만지며 대답했다. 정현우가 아직 폐기되지 않았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그 말은, 제가 혼자 미친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가 되겠죠. 뒤편에서 누군가 숨을 삼켰다. 기록담당 서기가 떨리는 손으로 프린터를 눌렀다. 종이 한 장이 길게 밀려 나왔다. 제목은 청문 요약이었고, 세 번째 항목에는 지금 막 수정된 문장이 박혀 있었다. 정현우, 실종 아님. 특별 보존 목록 이관 중.
그 문장을 보는 순간 미라는 자신이 잃을 것을 정확히 알았다. 그녀의 보수는 묶일 것이고, 이동은 기록될 것이며, 다음부터는 혼자서 조사실에 들락거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문장 한 줄이 바뀌어 있었다. 실종이 아니라 보존. 지워진 것이 아니라 이동 중. 살아 있는 사람에게 붙이는 문서의 냄새였다. 그녀는 수정본 끝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 대신 확인란 아래에 자신의 지문을 찍었다. 서명은 동의로 읽힐 수 있지만, 지문은 단순한 접촉 기록이었다. 그 미세한 차이가 앞으로의 싸움에서 필요했다.
심문이 끝나자 사람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군가는 미라를 동정하는 얼굴을, 누군가는 경계하는 얼굴을 했다. 조성우는 마지막으로 한 장의 봉투를 밀어 주었다. 수령 확인서였다. 봉투 안에는 새로 발급된 특별 동행 명령서가 들어 있었다. 오늘 밤 23시 40분, 지하 보관구역 3호. 인계 대상 정현우. 역할은 보존 기록 확인자. 미라가 봉투를 열어 문장을 읽는 동안, 조성우는 아주 낮게 덧붙였다. 그 자리에서 보지 못하면, 기록은 다시 정리됩니다. 미라는 봉투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 문장이 경고인지 유혹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다만 하나는 분명했다. 오늘 밤 그녀는 다시 지하로 내려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