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는 내려가지 않았다. 벽면에 떠 있던 숫자 7이 한 번 깜빡이더니,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대신 검은 새 인장이 유리창 안쪽에서 얇게 번졌다. 미라는 그 문양을 향해 오빠의 길드패 조각을 들었다. 조각은 차갑게 식어 있었는데도 손가락 끝이 저릿했다.
문은 지하로 이어진 통로가 아니라 오래된 기록실 앞에서 열렸다. 공기에는 먼지 냄새와 습기, 그리고 종이가 오래 숨을 참은 냄새가 섞여 있었다. 등 뒤에서 서문기의 목소리가 낮게 따라왔다. "여기서부터는 현장 감정보다 등록 순서가 우선입니다." 미라는 돌아보지 않고 물었다. "그래서 오빠 기록도 등록 순서대로 지워졌습니까." 서문기는 대답 대신 철제 서랍의 열쇠를 돌렸다.
그는 미라에게 한 장의 임시 허가서를 내밀었다. 조건은 단순했다. 열람 중 발견한 문서는 사진만 남기고 원본은 즉시 봉인할 것, 그리고 어떤 기록에서든 실종자의 이름을 발견하면 감정사 개인 판단으로 외부에 유포하지 말 것. 미라는 허가서를 받아 들고도 바로 사인하지 않았다. "외부 유포를 막으려는 조항이 아니라, 내부 유출을 늦추려는 조항이군요." 서문기의 눈이 잠깐 흔들렸다. "정 감정사, 오늘은 똑똑해 보이시는군요." "오늘만은 아닙니다. 오늘은 보고 싶은 걸 봐야 하니까요."
그녀는 조건서 아래에 자신의 지문을 찍었다. 잉크가 번지는 순간, 기록실 문틀 안쪽의 감시등이 붉게 바뀌었다. 허가권은 생겼지만 동시에 추적권도 생긴 셈이었다. 미라는 그 대가를 알고 있었다. 열람 이력이 남는 순간부터, 오늘 밤 집에 돌아가도 내일부터는 혼자 걷는 게 아니게 된다. 그래도 그녀는 안으로 들어갔다. 오빠의 이름이 어딘가에 남아 있다면, 기록실이야말로 그 이름이 가장 오래 버티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안쪽에는 분류되지 못한 더미들이 벽처럼 쌓여 있었다. 토벌 실패 보고서, 봉인 해제 요청서, 폐기된 계약서의 사본, 그리고 재난사업부로 넘겨진 위험물 목록이 층층이 겹쳐 있었다. 미라는 손끝으로 종이 가장자리를 훑었다. 일부는 표면에 잉크가 아니라 압흔으로 번호를 남겼고, 일부는 육안으로 읽히지 않는 유령 잉크가 깔려 있었다. 그녀는 숨을 고르고 렌즈를 기울였다. 문장들이 한 겹씩 분리되었다. 죽은 줄 알았던 의뢰가 살아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첫 번째로 잡힌 것은 실종자 목록이었다. 이름 하나하나가 날짜와 장소 옆에 붙어 있었고, 대부분은 붉은 도장으로 덮여 있었다. 그런데 그 붉은 도장 아래, 검은 선이 두 줄 남아 있는 칸이 있었다. 정현우. 미라는 심장이 한 번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이름 옆에는 토벌 결과가 아니라 '재배치'라는 단어가 찍혀 있었다. 재배치. 사람에게 쓰는 단어가 아니었다. 그녀는 손등으로 입술을 누르고 그 줄 아래를 읽었다. '지하 7층 임시 창고 이송.'
"여기요." 미라가 낮게 말했다. 서문기가 다가왔다. 그는 한눈에 그 칸을 보고 표정이 굳었다. "그건 폐기된 목록입니다." "폐기됐으면 왜 남아 있죠." "남겨 둔 겁니다." 그의 목소리가 아주 작아졌다. "완전히 지우면 책임이 생기니까요." 미라는 그 말에서 길드가 사람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보관 방식만 바꿨다는 사실을 읽었다. 실종이 아니라 회수였다. 죽음도, 퇴직도, 사고도 아니었다.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창고에 넣고, 그 사실만 문서상에서 다른 이름으로 바꿔 둔 것이다.
더 안쪽 서랍에서 그녀는 오빠의 마지막 의뢰서를 찾았다. 표면에는 짐승 토벌과 위험물 봉쇄가 적혀 있었지만, 덧대어진 검은 글씨가 그 아래를 덮고 있었다. '회수 우선.' 그리고 그 줄의 끝에는 오늘 시장에서 본 것과 같은 검은 새 인장이 눌려 있었다. 같은 인장, 같은 압력, 같은 각도. 미라는 손끝이 떨리는 걸 느꼈다. 서류 가장자리에는 짧은 메모가 한 줄 더 있었다. 글씨체는 오빠의 것이었다. '내 이름이 삭제되면 미라에게 보여줘.'
그 순간 미라는 선택해야 했다. 원본을 봉인 규칙대로 돌려놓고 나가면, 적어도 오늘 밤은 안전했다. 하지만 그러면 오빠의 이름도 다시 서랍 속으로 들어가 버릴 터였다. 그녀는 잠깐 숨을 멈췄다가, 오빠의 길드패 조각을 기록함의 판독 홈에 밀어 넣었다. 기계가 낮게 울렸다. 철판 아래에서 열쇠를 받아들이는 소리가 났고, 조각의 한쪽 면이 열기로 일그러졌다. 탄냄새가 났다. 미라는 이를 악물었다. 조각은 반쪽이 녹아버렸지만, 그 대신 숨겨진 최종 페이지가 드러났다.
최종 페이지에는 실종이 아니라 출고 기록이 적혀 있었다. 출고처는 길드가 아니라 재난사업부였다. 수령 확인란에는 서명 대신 검은 인장이 찍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담당자명으로 서문기의 이름이 있었다. 미라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서문기는 변명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한 번 눈을 감았다 떴다. "이건 제 권한 밖이었습니다." "그럼 누가 했죠." "권한 안에 있던 사람들이죠." 그는 말끝을 삼키며 덧붙였다. "그리고 당신 오빠는 아직 폐기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회수 중입니다."
미라는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대신 출고 기록의 날짜를 다시 확인했다. 실종 신고가 접수되기 전날이었다. 누군가 오빠를 잃은 게 아니라,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게 만든 다음 지하 7층으로 넘겨 버린 것이다. 그녀는 그 사실을 손에 쥔 채 밖으로 나왔다. 기록실 문이 닫히자마자 복도 끝 프린터가 혼자 돌아가기 시작했다. 종이 한 장이 천천히 배출되었다. 붉은 글씨로 적힌 문구는 짧고 단정했다. '재난사업부 청문회 출석 통지. 정미라. 내일 오전 8시. 불출석 시 F급 감정사 자격 효력 정지.'
미라는 종이를 접었다. 손가락 끝에는 아직도 오빠의 녹아버린 길드패 냄새가 남아 있었다. 그녀는 통지서 아래쪽, 아주 얇게 덧인쇄된 작은 문장을 마지막으로 읽었다. '참고인 1순위: 정현우.' 그녀는 그 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 지하 7층의 문은 닫혔지만, 이번에는 문이 아니라 그녀의 이름이 먼저 잠겼다. 내일 아침 8시, 길드는 실종자의 이름을 다시 묻고, 미라는 그 자리에서 출석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