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준은 마지막 광차의 차륜을 손바닥으로 한 번 쓸어 보았다. 젖은 쇳가루가 아니라 마른 철편이 묻어 나왔다. 아래 제동실에서 끌려 올라온 틈에 축이 비틀린 흔적이었다. 저 상태로 그냥 밀면 바퀴는 굴러가도 중간에서 튈 수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말했다.
"고륜. 브레이크 감을 아는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고륜은 젖은 외투를 여미며 한 걸음 물러났다. "내가 손 놓으면 다 같이 잠긴다."
"그 말이 맞는지, 이제부터 확인하죠."
해준은 제동실 바닥에 떨어진 열쇠를 집어 들었다. 차가운 쇳조각이었지만 손에 닿는 순간 무게가 달랐다. 아무도 없는 자리를 열 수 있는 열쇠가 아니라, 누군가를 남겨야만 맞는 열쇠였다. 그는 열쇠를 제동축에 꽂고 반 바퀴만 돌렸다. 광차 아래쪽에서 숨이 막히는 듯한 마찰음이 올라왔다. 잠금이 풀리는 소리였다. 동시에 브레이크가 느슨해지며 차체가 아주 조금 앞으로 기울었다.
문예지가 급히 말했다. "지금 밀면 됩니다."
"아니요."
해준은 램프를 든 청년 광부를 보았다. 방금 구해낸 사람은 다리에 힘이 없었지만 눈은 또렷했다. "당신은 위에 올라가서 앞을 봅니다. 광차 안이 아니라, 승강장 위쪽을 봐요. 물이 차면 바로 소리 내세요."
그는 이어서 장부를 품에서 꺼내 문예지에게 넘겼다. "젖지 않게. 여기 적힌 전환표와 열쇠 번호를 맞춰야 합니다."
문예지는 장부를 움켜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저는 남는 쪽을 봅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위쪽 수문이 금속을 긁는 소리를 냈다. 내려오는 게 아니라, 거의 멈춘 채 버티는 소리였다. 상단이 닫히는 속도보다 여기 물이 차는 속도가 더 빨랐다. 해준은 숨을 한 번 고르고, 남은 방수 지도 조각을 꺼냈다. 방향표가 반쯤 지워진 그 종이를 그는 한 치도 망설이지 않고 찢었다. 한 조각은 브레이크 축에 끼워 마찰을 줄이는 쐐기로, 다른 조각은 제동실 문고리 아래 틈새를 막는 밴드로, 마지막 조각은 자기 손등에 감아 미끄럼을 줄이는 표식으로 썼다.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가 제동실 안에서 유난히 크게 울렸다. 문예지가 눈을 크게 떴다. "그걸 버리면 길을 다시 못 찾습니다."
"그래서 사람부터 올립니다."
해준은 말을 마치고 고륜을 똑바로 봤다. "당신은 여기 남습니다. 브레이크를 붙잡아요."
고륜의 턱이 굳었다. "나를 믿는다는 말은 아니군."
"아니요. 믿지 않습니다. 대신 계산합니다."
해준은 광차 옆 제동 레버에 남은 끈을 둘둘 감고, 한쪽 끝을 고륜 손목에 묶었다. 너무 세게 묶으면 브레이크를 못 잡고, 너무 느슨하면 손을 뺄 수 있었다. 그는 딱 한 번만 쥐어 당겨 여유를 확인한 뒤 말했다. "당신이 여기서 손을 떼면, 이 광차는 아래로 밀립니다. 그러면 당신도 같이 잠깁니다."
고륜이 낮게 웃었다. "이제야 네가 누굴 의심하는지 알겠군."
"늦었습니다."
고륜은 끝내 입을 다물고 브레이크 손잡이를 붙잡았다. 그 순간 청년 광부의 램프가 제동실 안에서 세 번, 두 번을 또렷하게 반복했다. 불꽃이 아니라 박자였다. 해준은 그 박자를 보고 고개를 들었다. 램프는 사람이 흔드는 게 아니라, 차체 진동에 따라 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 박자는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장치가 내는 신호였다. 아래로 남은 광차의 생존 리듬, 혹은 아직 누군가가 붙잡고 있는 환기축의 호흡이었다.
"좋습니다."
해준은 청년 광부에게 손짓했다. "그 박자에 맞춰 셉니다. 셋, 둘. 셋, 둘. 멈추면 바로 말하세요."
그는 고륜에게도 같은 박자를 들으라고 했다. 고륜은 이를 악문 채 레버를 조였다. 브레이크가 조금씩 풀리자 광차는 천천히 앞쪽으로 움직였다. 처음에는 손가락 한 마디만큼, 그다음에는 팔꿈치 하나만큼. 물이 고인 바닥을 밀치며 바퀴가 돌아갔다. 둔한 쇳소리와 함께 차체가 레일 위에 올라탔다. 해준은 옆면에 몸을 붙여 균형을 맞추며 마지막 남은 지지대를 살폈다.
그때 위쪽 수문이 다시 한 번 떨렸다. 더는 버티지 못하는 소리였다. 문예지가 장부를 펼쳐 소리쳤다. "전환표에 있어요. 환기 전환. 여기서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틀어야 승강장에 닿습니다."
해준은 즉시 광차의 앞바퀴를 들이밀었다. 왼쪽 전환레버는 이미 녹으로 거의 붙어 있었고, 손으로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방수 지도 마지막 조각을 레버 틈에 밀어 넣어 지렛대로 삼고, 발로 차듯 내리찍었다. 쇳소리가 짧게 터지며 레버가 돌아갔다. 그 순간 광차는 휘청였지만, 선로가 바뀌며 급격히 속도를 잃었다. 위험한 흔들림이었다. 하지만 정확한 흔들림이었다. 광차는 벽을 스치듯 돌아 지상 승강장 쪽 곡선을 탔다.
"밀어요!" 해준이 외쳤다.
문예지와 청년 광부가 동시에 어깨를 붙였다. 해준도 뒤에서 차축을 밀었다. 바퀴가 한 번, 두 번, 무겁게 굴렀고, 마침내 사다리 모양의 승강장 가장자리가 눈앞에 들어왔다. 마지막 순간, 고륜이 브레이크 손잡이를 더 세게 쥐며 버텼다. 광차는 덜컹 하고 올라서더니 더 이상 아래로 미끄러지지 않았다.
지상 승강장 쪽에서 바깥 공기가 밀려들었다. 젖은 돌 냄새 대신 오래된 석탄가루와 마른 바람 냄새가 났다. 해준은 먼저 청년 광부를 끌어올리고, 그다음 문예지에게 장부를 넘긴 뒤, 자신이 마지막으로 발을 디뎠다. 위쪽으로 올라서자 등 뒤에서 제동실 문이 다시 금속음을 냈다. 고륜이 아래에서 더 버티고 있다는 신호였다.
해준은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여기까지입니다."
고륜의 목소리가 물소리 사이로 올라왔다. "그럼 나도 여기 남는 셈이군."
"당신이 남아야 다른 사람이 올라옵니다."
그 말이 끝나자 승강장 천장 쪽에서 묵직한 충격음이 한 번 울렸다. 닫힌 줄 알았던 아래 보조선의 차체가 아니라, 승강장 아래 숨은 얕은 통로에서 온 소리였다. 세 번, 두 번. 그 박자가 다시 시작됐다. 이번에는 램프가 아니라 철판 아래쪽, 비어 있는 공간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청년 광부가 얼굴을 새하얗게 한 채 램프를 들어 아래를 비췄다.
불빛 끝에서, 승강장 바닥의 작은 점검 덮개가 아주 조금 들려 있었다. 그 틈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그 바람 속에서, 멈춘 줄 알았던 바퀴가 아직도 천천히 도는 소리가 들렸다. 해준은 덮개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아래에 한 대 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