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마지막 광차
미궁에서 지도는 길을 기억하지 않았다. 물이 기억했다.
윤해준은 장화 발목을 치는 물결을 보고 길드 지도를 접었다. 종이 위에는 왼쪽 갱도가 완만하게 내려간다고 그려져 있었다. 실제 물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렀다. 어딘가의 벽이 무너졌거나, 지도에 없는 아래층이 숨을 쉬고 있다는 뜻이었다.
"짐꾼. 왜 멈춰?"
선두의 백도진이 등불을 들었다. B급 방패술사인 그의 가슴에는 은빛 길드패가 달려 있었다. 해준의 목패는 젖으면 휘는 싸구려 자작나무였다.
"수류가 바뀌었습니다. 돌아올 때 이 길은 허리까지 찰 겁니다."
"만조까지 서른여덟 분 남았어. 청심석만 캐면 스무 분이면 돌아간다."
"지도에 적힌 속도라면 그렇습니다."
도진은 해준 손의 지도를 낚아챘다.
"그 지도 그린 놈이 너잖아."
"사흘 전 마른 길을 그렸습니다. 오늘 물을 그린 건 아닙니다."
뒤에서 웃음이 났다. 창잡이 고륜이 광차 손잡이에 기대 있었다.
"지도꾼 말은 늘 편하지. 맞으면 자기 덕, 틀리면 미궁이 변했대."
해준은 대꾸하지 않고 레일에 손바닥을 댔다. 차가운 철을 통해 미세한 떨림이 올라왔다. 한 번 길고, 세 번 짧았다. 물 떨어지는 진동과 달랐다.
광부들이 쓰는 구조 신호였다.
"벽 너머에 사람이 있습니다."
웃음이 멎었다.
도진이 레일에 귀를 댔다. 그 사이 신호는 사라졌다.
"아무것도 안 들리는데."
"조금 전 한 번 길고 세 번 짧았습니다. 2갱 실종자들이 쓰던 신호입니다."
"그 사람들은 엿새 전에 죽었어. 이번 의뢰는 시신 수습이 아니라 원광 회수다."
도진은 지도를 돌려주고 왼쪽 길로 들어갔다.
원정대의 계약서는 분명했다. 청심석 원광 네 덩이를 해 질 때까지 지상으로 운반할 것. 광차 적재 한도는 여섯 칸. 원광 하나는 한 칸을 차지하지만, 깨뜨리면 정제 가치가 사라졌다.
구조 대상은 계약 어디에도 없었다.
해준은 분필을 꺼내 벽에 화살표를 그렸다. 돌아갈 방향이 아니라 물이 흐르는 방향이었다.
### 2. 벽 뒤의 숨
청심석 광맥은 지도에 표시된 곳에 있었다.
푸른 광석 네 덩이가 소금 벽 안에서 심장처럼 빛났다. 채굴사 문예지가 정으로 테두리를 쪼개는 동안 해준은 광차의 여섯 칸을 확인했다. 원광 네 칸, 공구 한 칸, 식수와 밧줄 한 칸. 빈자리는 없었다.
첫 원광이 광차에 실리자 바닥의 물이 무릎 아래까지 올랐다.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캐는 데 열두 분 썼다. 돌아가면 돼."
"돌아가는 갈림길이 이미 잠겼을 수 있습니다."
도진이 손을 들자 고륜이 해준 앞을 막았다.
"한 번만 더 겁주면 네 짐부터 버린다."
그 순간 소금 벽 안에서 희미한 노란빛이 깜박였다. 한 번 길고, 세 번 짧게.
이번에는 모두 보았다.
문예지가 정을 떨어뜨렸다.
"사람이 어떻게 벽 안에 있어요?"
해준은 벽 아래를 살폈다. 소금 결정 사이에 검은 틈이 있었다. 지도에는 막힌 배수갱이라고 표시된 곳이었다. 물은 그 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밀려 나오고 있었다.
"벽이 아닙니다. 소금 껍질이에요. 안쪽에 공기 주머니가 있습니다."
도진은 계약서를 꺼내 방수 주머니 위로 펼쳤다.
"살아 있다 해도 둘 이상이면 못 싣는다. 사람 하나가 두 칸이야. 원광을 버리면 이번 원정 비용 전부 우리가 문다."
"안 열어 보면 몇 명인지도 모릅니다."
"알 필요가 없어. 의뢰 범위 밖이다."
빛이 다시 깜박였다. 이번에는 한 번 길고 두 번 짧았다. 신호를 보내는 팔에도 힘이 떨어지고 있었다.
해준은 방수 지도 뒤에 남은 시간을 적었다. 만조까지 21분. 기존 길로 돌아가면 최소 17분. 벽을 열고 사람을 꺼내면 알 수 없음.
"광차 제동 열쇠를 주십시오."
"왜?"
"귀환 경사에서 물이 밀면 수동 제동을 써야 합니다."
도진이 허리 주머니를 만졌다. 표정이 아주 잠깐 굳었다.
"아까 네가 챙겼잖아."
"저는 받은 적 없습니다."
"그럼 출발대에 두고 왔겠지. 지금 돌아가면 자동 제동으로 충분해."
해준은 그 거짓말을 기억했다. 제동 열쇠는 출발할 때 도진이 직접 확인했다.
도진은 왜 열쇠가 없는 척하는가.
대답을 찾기 전에 소금 껍질이 안쪽에서 한 번 부풀었다. 공기 주머니가 무너지고 있었다.
해준은 채굴용 망치를 들었다.
"제 몫의 원광 배당은 포기하겠습니다. 지도 제작비도 받지 않겠습니다. 사람을 꺼내죠."
고륜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네 몫으로 네 칸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
"아니요. 그래서 네 칸을 비우게 만들 겁니다."
해준은 광차의 청심석을 가리켰다.
"저걸 깨서 물막이를 만들면 공기 주머니가 터지는 걸 늦출 수 있습니다."
도진의 얼굴에서 마지막 여유가 사라졌다.
"원광에 손대면 길드에서 끝장이야."
"문을 안 열면 저 사람들은 여기서 끝납니다."
문예지가 조용히 정을 들었다.
"어디를 치면 돼요?"
### 3. 지도 한 장의 값
청심석이 깨질 때 맑은 종소리가 났다.
광석 안의 푸른 결이 물에 닿자 젤처럼 부풀었다. 해준은 깨진 조각을 배수 틈에 밀어 넣었다. 수압이 절반으로 줄었다. 원광 네 덩이 중 두 덩이가 정제 불가능한 파편이 되었다.
도진은 욕을 삼키며 방패를 들어 소금 껍질을 받쳤다. 계약을 지키려던 사람도 천장이 무너지는 순간에는 몸부터 움직였다.
"세 번 친다! 그 뒤에 당겨!"
문예지의 정이 같은 자리를 파고들었다. 셋째 타격에 벽이 갈라졌다. 검은 물과 함께 사람 팔 하나가 밖으로 미끄러졌다.
안에는 두 명이 있었다. 중년 광부는 왼쪽 다리가 부러졌고, 젊은 광부는 탈수로 의식을 잃었다. 노란 구조 램프만 끈에 묶어 흔들고 있었다.
"두 명. 사람만 네 칸입니다."
고륜이 광차를 보며 말했다.
남은 온전한 원광은 두 덩이. 공구와 식수를 합치면 여덟 칸이었다.
도진이 결론을 내렸다.
"부러진 사람 하나만 싣는다. 다른 하나는 들것으로 끌어."
"잠긴 경사에서 들것은 뒤집힙니다."
"그럼 식수를 버려."
해준은 고개를 저었다. 귀환로 중간에는 공기 주머니가 하나 더 있었다. 파동이 오면 멈춰야 하고, 식수는 부상자의 의식을 유지하는 데 필요했다.
그는 방수 지도를 펼쳤다. 길드 도장이 찍힌 원본이었다. 먹선 사이에 얇은 방수 수지가 들어가 있어 한 장 값이 그의 석 달 품삯이었다.
해준은 지도를 네 조각으로 찢었다.
"뭐 하는 거야?"
"원광을 버리고 공구를 필요한 것만 몸에 나눠 듭니다. 지도 조각은 갈림길마다 수면에 띄울 겁니다. 흐르는 방향으로 새 길을 찾습니다."
"원본 없으면 네가 길을 제대로 그렸다는 증거도 없어져."
"살아 돌아간 사람이 증거가 되겠죠."
온전한 청심석 두 덩이가 물속으로 내려갔다. 광차에는 부상자 두 명, 식수, 밧줄, 짧은 정과 망치만 남았다. 여섯 칸이 정확히 찼다.
원정대는 광차를 밀었다.
갈림길에 도착했을 때 기존 귀환로는 이미 검은 물 아래였다. 해준은 지도 조각 하나를 수면에 놓았다. 조각은 왼쪽으로 돌다가 벽 쪽 틈으로 빨려 들어갔다.
"저기는 막힌 길이야."
도진이 말했다.
"마른 지도에서는요."
해준은 벽의 분필 자국을 찾았다. 올 때 그린 화살표가 물 아래에서 흐릿하게 빛났다. 수류가 벽 뒤로 빠진다면 사람이 지날 틈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들은 광차를 세워 레일 전환기를 억지로 돌렸다. 녹슨 톱니가 한 칸 움직일 때마다 시간이 한 분씩 깎이는 것 같았다.
뒤에서 물이 밀려왔다.
광차가 새 경사로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자동 제동이 한 번 걸렸다가 풀렸다. 속도가 너무 빨랐다.
"수동 제동!"
해준이 외쳤다.
"열쇠가 없다니까!"
도진은 방패를 레일에 대려 했다. 불꽃이 튀었지만 속도는 줄지 않았다. 앞쪽에는 침수된 급곡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해준은 마지막 지도 조각을 접어 광차 바퀴와 제동판 사이에 밀어 넣었다. 방수 수지가 열에 녹으며 끈적하게 늘어났다. 바퀴가 비명을 질렀다. 광차가 곡선 직전에서 절반 속도로 꺾였다.
지도 조각은 검게 타서 흩어졌다.
### 4. 닫히는 문
지상 승강장의 철문이 내려오고 있었다.
남은 틈은 사람 키 하나. 광차는 물을 밀어내며 마지막 경사를 올랐다. 고륜과 문예지가 뒤에서 밀고, 도진은 앞에서 쇠사슬을 당겼다. 해준은 광차 안 광부의 머리가 흔들리지 않게 두 팔로 받쳤다.
"십 초!"
승강장 관리인이 외쳤다.
철문 아래의 붉은 선이 광차 앞바퀴에 닿았다. 해준은 몸을 내던져 쇠사슬 고리를 승강장 기둥에 걸었다. 도진이 방패 가장자리를 문 아래에 세웠다.
광차가 반 칸씩 올라왔다.
문이 방패를 눌렀다. 금속이 구겨지는 소리가 났다.
마지막 뒷바퀴가 선을 넘자 관리인이 비상 해제 손잡이를 당겼다. 철문이 닫혔다. 문 반대편에서 물이 부딪혔다. 짙은 푸른빛이 틈새로 한 번 번지고 사라졌다.
2갱 귀환로는 끝났다.
부상 광부가 눈을 떴다. 그는 해준의 목패를 보고 힘겹게 손을 들었다.
"지도꾼…… 우리가 보낸 신호, 들었나?"
"들었습니다. 두 분 다 나왔습니다."
"둘이 아니야."
광부는 목에 걸린 노란 램프를 풀었다. 유리가 깨진 램프 안쪽에서 작은 태엽 장치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짧게 세 번, 쉬고, 짧게 두 번.
"우리는 2갱 신호를 한 번 길고 세 번 짧게 보냈습니다. 이건 우리가 갇힌 뒤부터 아래에서 올라온 신호예요. 폐쇄된 3갱에 누가 있어."
도진이 램프를 잡으려 했다. 광부가 손을 움켜쥐었다.
"이 사람한테 줍니다. 우릴 찾은 지도꾼한테."
해준이 램프를 받는 순간, 도진의 젖은 외투 주머니에서 황동 물건 하나가 떨어졌다.
맑은 소리를 내며 바닥을 굴렀다.
광차 수동 제동 열쇠였다.
고륜이 도진을 보았다. 문예지는 정을 내려놓지 않았다.
도진은 누구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설명할 수 있어."
해준은 열쇠를 줍지 않았다. 대신 노란 램프를 레일 위에 놓았다.
세 번, 두 번.
폐쇄된 철문 너머에서 레일이 같은 박자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