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승강장은 아직 젖어 있었다. 레일 틈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철판을 때릴 때마다 금속이 얇게 떨렸다. 도진의 램프는 의자 위에서 세 번, 두 번, 다시 세 번, 두 번을 반복했다. 고륜은 그 불빛을 노려보며 턱을 굳혔다. "내려갈 필요 없다. 3갱은 봉쇄구역이야. 지금 기록만 넘기면 된다." 해준은 그 말을 듣고도 시선을 램프에서 떼지 않았다. 램프는 흔들리는 게 아니라 응답하고 있었다. 누군가 벽 반대편에서 같은 박자로 맞춰 주고 있었다. "기록은 아래에 있겠죠." 해준이 말했다. "그리고 사람도요." 고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사람은 이미 올라왔다." "올라온 건 둘이고, 아래에서 계속 치는 건 셋일 수 있습니다." 해준은 주머니 속 제동 열쇠를 꺼내 보였다. 축 부분에는 검은 윤활유가 말라 붙어 있었다. 오래된 브레이크 함이나 환기 전환 장치에만 쓰는 기름 냄새였다. 누군가 이 열쇠를 현장에서 썼다는 뜻이었다. 고륜은 바로 손을 뻗었지만 해준이 한 발 먼저 물러섰다. "그 열쇠는 길드 자산이다." "그럼 왜 대장 주머니에서 떨어졌죠." 문예지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정산 판대와 해준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대장님, 그냥 내려가자고요?" "내려가면 기록이 사라진다." 고륜이 낮게 말했다. "그리고 내려가면 네가 숨긴 것도 같이 드러난다." 해준은 그 말끝의 떨림을 놓치지 않았다. 숨기고 있는 건 있었다. 그래서 내려가야 했다. 그는 승강장 옆에 놓여 있던 얇은 방수 지도 조각을 집어 들었다. 이미 두 번 접혔다 펴지며 가장자리가 닳아 있었다. 전체 지도를 살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래로 가는 동안 남은 방향만은 필요했다. 그는 지도 끝을 찢어 화살표처럼 접어 바닥에 붙였다. "이제 돌아오는 길은 없군." 문예지가 작게 말했다. 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있어도 오늘은 못 믿습니다." 그는 고륜을 지나 오래된 환기 전환문 앞에 섰다. 문은 닫혀 있었지만 봉인은 완전히 살아 있지 않았다. 나사 홈 하나에 먼지가 덜 쌓여 있었다. 최근에 누군가 만졌다는 뜻이다. 해준은 제동 열쇠를 홈에 끼워 넣었다. 원래 규격과는 맞지 않았다. 금속이 비명을 질렀고, 열쇠 끝이 억지로 비틀렸다. "그거 부러뜨릴 생각이에요?" 문예지가 물었다. "부러뜨릴 생각은 없었는데, 들어맞지 않는 쪽이 문제네요." 해준은 몸을 앞으로 눌렀다. 열쇠가 비스듬히 돌아가며 문 안쪽의 보조 걸쇠를 밀었다. 오래된 장치가 딱 소리를 내고 풀렸다. 고륜의 얼굴이 순간 하얘졌다. "그건 허가선이 아니다." "허가선은 이미 누가 먼저 넘었네요." 해준이 말했다. 문이 열리자 오래된 공기가 얼굴을 쳤다. 젖은 돌 냄새와 함께, 갓 바른 윤활유 냄새가 더 선명하게 올라왔다. 누군가 방금 전까지 여길 손질한 것이다. 도진의 램프가 갑자기 밝아졌다. 세 번, 두 번. 잠깐 멎었다가 다시 세 번, 두 번. 이번에는 벽 너머였다. 아주 가까웠다. 일행은 전등 대신 램프 하나에 몸을 붙이고 좁은 환기 통로를 따라 내려갔다. 바닥은 미끄러웠지만 해준은 급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물고인 자국을 보며 발을 옮겼다. 발자국은 한 쌍이 아니었다. 최근의 것과 오래된 것이 섞여 있었다. 최근의 것은 장화 끝이 넓었다. 길드 대장용 장화였다. 고륜은 그 흔적을 보자 입술을 꽉 다물었다. "대장님, 여길 오신 적 있죠." 문예지가 물었다. 고륜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숨을 깊게 들이켰다. 해준은 그 침묵이 무엇을 뜻하는지 따로 캐묻지 않았다. 아래쪽에서 바람이 한 번 밀려왔다.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했다. 사람 숨이 섞인 공기였다. 그들은 환기 전환실 앞에 도착했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틈 사이로 희미한 붉은 등이 깜빡였다. 그 안쪽에서는 누군가가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가 났다. 세 번, 두 번. 세 번, 두 번. 도진이 멈춰 섰다. "저 소리... 램프랑 같아요." 해준은 문틈을 손가락으로 밀어 넓혔다. 안쪽에는 작은 공간이 있었다. 벽 한 면에 급조한 공기 통로가 붙어 있었고, 바닥에는 침수 흔적이 선명했다. 그리고 반대편 철망 뒤에 마른 얼굴 하나가 붙어 있었다. 수염이 엉킨 중년 광부였다. 그의 입술은 갈라져 있었지만 눈은 살아 있었다. "살아 있었네." 문예지가 숨을 삼켰다. 광부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누가 왔구먼." 해준이 바로 물었다. "신호는 누가 보냈습니까." 광부는 손을 떨며 전환 손잡이를 한 번 더 돌렸다. 세 번, 두 번. "이 손잡이야. 바람이 바뀔 때마다 걸쇠가 덜컹거려. 바깥에서 들리게 하려면 이 박자가 제일 또렷해." 그는 벽 아래쪽을 가리켰다. "근데 이걸 누가 막아 놨어. 봉쇄라고 적은 종이는 바깥에 있고, 안쪽에는 환기 전환만 남겨 놨지." 해준은 벽면의 도장을 보았다. 봉인 아래에 덧찍힌 전환 도장. 고륜의 주머니에서 나왔던 것과 같은 번호였다. 고륜이 입을 열려다 닫았다. 해준은 그 순간 확신했다. 고륜은 완전히 무관한 사람이 아니었다. 적어도 이 전환문은 이미 한 번 열렸고, 그때 고륜의 손이 닿아 있었다. "여기서 다른 사람도 봤습니까." 해준이 물었다. 광부는 잠깐 눈을 감았다. "둘." "누구요." "하나는 대장 같은 옷을 입었고, 하나는 작업복이었어. 작업복 입은 놈이 브레이크 열쇠를 만지더군. 그 열쇠가 저 위로 올라갔는지는 몰라도, 여기 안에서는 오래 못 버틸 물건이었지." 해준은 바로 몸을 돌려 바닥 배수로를 확인했다. 거기엔 금속 가루가 묻어 있었다. 열쇠를 억지로 돌린 자국이었다. "고장 난 게 아니라 바꿔 끼운 겁니다." 그가 말했다. 문예지가 눈을 크게 떴다. "바꿔 끼운다고요?" "열쇠는 하나가 아니었어요. 원본은 닫는 데 쓰고, 복제는 사람을 가두는 데 썼겠죠." 해준은 열쇠를 꽉 쥐었다. 비틀린 날이 더 이상 맞물리지 않을 만큼 휘어 있었다. 이제 이 열쇠로는 되돌아갈 문도, 봉인도 제대로 다룰 수 없었다. 그는 짧게 숨을 내쉬고 바닥에 떨어진 작은 철판 하나를 집어 들었다. 환기 기록 조각이었다. 오늘 날짜와 함께, 누군가가 수기로 남긴 짧은 문장이 흐려져 있었다. "3갱 안쪽 공기 유지, 외부와 교대 필요." 더 아래에는 이름 대신 약자가 적혀 있었다. 고륜의 서명 방식과 달랐다. 다른 손이었다. 해준이 철판을 주머니에 넣는 순간, 위쪽에서 둔탁한 쇳소리가 울렸다. 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환기 전환실 상부에 달린 수압계 바늘이 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까까지 왼쪽으로 누워 있던 바늘이 오른쪽으로 되돌아오더니, 붉은 구간을 넘어가 버렸다. 광부가 얼굴빛을 바꿨다. "안 된다. 누가 위에서 잠그고 있어." 고륜이 즉시 달려가 상부 밸브를 확인했다. 그의 손이 떨렸다. "이건 내가 건드린 게 아니다." "그럼 누가 건드렸습니까." 문예지가 물었다. 고륜은 대답 대신 위쪽 환기 샤프트를 올려다봤다. 그 눈빛이 너무 늦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해준은 수압계 옆의 작은 시계를 봤다. 초침이 원래 방향과 반대로 한 칸 움직였다. 잠금장치가 역회전 중이었다. 열다섯 분 남짓이면 이 환기실은 닫히고, 안쪽 공기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 바깥으로 나가는 문은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그 문을 열 수 있는 손이 지금은 비틀어진 열쇠뿐이었다. 해준은 살아 있는 광부 쪽으로 돌아섰다. "혼자 걸을 수 있습니까." 광부가 마른침을 삼켰다. "살려만 줘." 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부터는 살릴 수 있는 것만 챙깁시다." 그가 문예지에게 철판을 건넸다. "이건 품에 넣어 두세요. 젖으면 글자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고륜에게는 휘어진 열쇠를 던졌다. "당신은 저 문이 닫히기 전까지 여기서 손 떼지 마세요. 손을 떼면 문이 아니라 사람을 닫아 버릴 것 같으니까." 고륜은 그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환기실 안쪽에서 다시 한 번, 세 번 두 번의 박자가 들렸다. 이번에는 램프가 아니라 손잡이였다. 살아 있는 사람이, 아직 안쪽 어딘가 더 있다는 뜻이었다. 해준은 그 소리를 듣고 바닥의 물길을 따라 눈을 옮겼다. 작은 배수 홈 하나가 벽 뒤로 이어졌다. 한 사람을 빼낸 뒤에도 아직 갈 곳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상부 수압계의 붉은 눈금이 이미 두 칸째 올라가고 있었다. 그는 짧게 숨을 들이켰다. 열다섯 분 안에 위쪽 수문이 닫힌다. 그 전에 더 깊은 곳의 손잡이를 찾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