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문 피난선 검문소의 아래층은 바다를 두 번 묻은 듯 축축했다. 한 번은 파도, 한 번은 불이었다. 세령이 계단을 내려설수록 젖은 재 냄새가 짙어졌고, 이든의 숨은 짧아졌다. 왕궁의 복도에서는 아무도 듣지 못하던 발소리가 여기서는 유난히 크게 울렸다. 문지방마다 염분이 박혀 있어, 발을 디딜 때마다 오래된 종이가 미세하게 우는 소리가 났다.
노서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은 가려졌지만 손은 늙은 바닷가처럼 마르고 단단했다. 그는 두 사람의 공동 열쇠를 보더니 고개를 기울였다. "기록고가 보낸 사람들인가. 살아서 왔군." 세령이 대답하기도 전에 노서기는 뒤편의 철문을 한 번 두드렸다. "원장부는 여기 있지만, 그냥 장부가 아니오. 불에 한 번, 침수에 한 번, 사람의 거짓말에 한 번씩 젖은 책이지. 진짜 서명자만 마지막 봉인을 풀 수 있소."
"그 사람은 어디 있죠." 세령이 물었다.
노서기는 한참을 보다가 말했다. "책이 먼저 기억하오. 사람이 나중이오."
철문이 열리자 냉기 대신 습열이 밀려왔다. 검은 나무로 짠 서랍 하나가 방 한가운데 놓여 있었고, 그 안에 원장부가 누워 있었다. 표지는 타다 남은 가죽이었고, 가장자리는 소금결로 굳어 있었다. 세령은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어머니의 왼손 주석을 읽던 감각은 이미 사라졌다. 대신 남은 것은, 글자가 뜨거워질 때의 미세한 떨림뿐이었다.
이든이 먼저 말했다. "만지면 부서집니까."
"부서질 수도 있고, 열릴 수도 있지." 노서기가 대답했다. "문제는 누가 손을 댔느냐오."
세령은 숨을 고르고 서랍 가장자리를 살폈다. 불에 탄 페이지 사이로 얇은 비늘 같은 것이 끼워져 있었다. 종이가 아니라 봉인 조각이었다. 그녀는 그 조각을 손톱으로 들어 올렸다. 검은 재가 떨어지며, 그 아래에 아주 가는 글씨가 드러났다. 첫 서명은 잉크로 찍은 것이 아니었다. 마른 초를 눌러, 다시 태우고, 다시 눌러 만든 흔적이었다. 번역관의 눈에는 그것이 문장보다 먼저 보였다. 누군가가 지운 것이 아니라, 지워질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남긴 방식이었다.
"이건 서명이 아닙니다." 세령이 낮게 말했다. "보호의 방식이에요."
이든이 그녀 곁으로 다가와 페이지를 바라봤다. "무엇을 보호합니까."
세령은 페이지를 손끝으로 눌렀다. 뜨거운 듯 차가웠다. "기억을요. 정확히는, 강제로 빼앗기지 않으려는 쪽을."
노서기의 눈이 아주 조금 가늘어졌다.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이름은 이름대로 있어야 봉인이 풀리오."
원장부의 가운데 페이지가 바람도 없는 방 안에서 저절로 뒤집혔다. 넘어간 장에는 열세 번째 조항의 초안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한쪽이 사랑에 빠지면 다른 쪽이 계약 기억을 잃는다. 문장은 여전히 독처럼 단정했다. 그러나 아래에 덧댄 얇은 글씨가 있었다. 사랑이 아니라, 고의로 지우는 손을 막기 위해.
세령은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책이 왜 불에 버텼는지 알았다. 이것은 누군가의 청혼서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마지막까지 버티며 남긴 증언이었다. 그녀는 숨이 막힐 정도로 가슴이 조여 왔다. 문장 뒤편에 숨어 있던 사람의 손을 찾아내는 일은 늘 그렇듯, 이미 잃은 것을 다시 잃는 일과 닮아 있었다.
"여기서 더 읽으려면 비용이 듭니다." 노서기가 말했다. "원장부는 산 사람의 체온으로만 마지막 줄을 열지."
세령이 손에 쥔 번역솔을 바라봤다. 어머니가 남긴 도구 중 마지막으로 손에 남아 있던 것. 그 솔은 오래전 잉크를 빨아들였고, 이제는 거의 빛을 잃고 있었다. 그녀는 그 끝을 잿물에 적셨다. 솔 끝이 페이지에 닿는 순간, 잔열이 피어올랐다. 세령의 시야 한구석에서 오래전 어머니의 주석이 잠깐 번쩍였지만, 이내 사라졌다. 이번에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세령은 조용히 이를 악물었다. "더는 못 읽겠네요."
이든이 물었다. "무엇을요."
"어머니 손글씨의 남은 결이요. 이제는 같은 식으로는 못 찾아요." 그녀는 말하면서도 손을 떼지 않았다. 손끝에서 전해지던 온도가 사라지는 대신, 다른 무늬가 떠올랐다. 마치 불탄 종이 아래에서 새 살이 돋는 것처럼, 숨은 표지가 드러났다.
이든은 그쪽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오른손에서 왕실 봉인 인장 하나를 빼내어 서랍 자물쇠 위에 얹었다. 금속이 덜그럭, 짧게 울렸다. 그는 인장을 한 번 힘주어 눌렀다. 부러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퍼졌다.
노서기가 즉시 고개를 들었다. "그건 정식 권한이었소."
"그렇습니다." 이든이 담담히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식보다 남겨야 할 것이 먼저입니다."
자물쇠가 열렸다. 서랍 안쪽 바닥에는 얇은 부록이 붙어 있었다. 그 아래에 첫 서명의 원형이 남아 있었다. 이름은 끝까지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니셜과 서명자가 남긴 위치 표식은 선명했다. 폐선 창고 4호. 그리고 그 아래, 아마도 마지막으로 눌러 적은 듯한 한 줄. 살아 있는 동안만 증언할 수 있다.
세령은 그 한 줄을 읽고 눈을 감았다. 누군가가 열세 번째 조항을 벌로 쓴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빼앗기지 않으려는 기억을 묶어 둔 것이었다. 그녀는 원장부를 통째로 가져가려던 마음을 접었다. 대신 숨은 표지와 서명 흔적이 있는 부분만 잘라내어 품에 넣었다. 다 가져가면 들키고, 다 두면 사라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증거와 길이었다.
"그쪽이 맞습니다." 노서기가 낮게 말했다. "원장부를 완전히 옮기면 책이 죽고, 여기 두면 사람이 죽지. 둘 다 살리려면 한 장만 잘라야 하오."
이든이 잘린 면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그럼 그 한 장이 말해 주겠군요. 누가 처음으로 끝까지 버텼는지."
세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서랍을 닫았다. 그 순간 원장부 전체가 아주 미세하게 떨리더니, 스스로 마지막 봉인을 다시 잠갔다. 페이지 사이에서 마른 소리가 났다. 책이 말을 꺼냈다. 자정 전까지 첫 서명자의 실명을 다시 들려주지 못하면, 둘 중 한 사람의 계약 기억을 봉인하겠다.
세령이 숨을 들이켰다. 원장부의 잘린 끝에 새로 새겨진 표식이 천천히 떠올랐다. 폐선 창고 4호. 그리고 거기보다 더 작은 글씨 하나. 첫 서명자는 아직 살아 있다.
이든이 그 글씨를 읽고 세령을 봤다. "가야 합니다."
세령은 품속의 잘린 장을 눌렀다. "이번에는 누가 먼저 찾는지보다, 누가 먼저 지키는지가 중요하겠네요."
노서기가 문을 열어 주며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해가 바뀌기 전에 돌아오시오. 책은 기다려 주지 않소. 그리고 그 창고에는 서명자 말고도, 서명을 기억하는 다른 입이 하나 남아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