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연습실 바깥은 시끄러웠다. 전날 밤 올라간 관객 직캠이 계속 재생되고 있었다. 공식 방송에서는 유진의 얼굴이 반쯤 날아가 있었고, 제작진이 붙인 자막은 무대의 위험을 유진의 성급함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런데 팬들이 올린 영상은 달랐다. 흔들리는 리프트 앞에서 네 명을 다시 한 줄로 모은 손, 뒤늦게 꺾이는 천장 조명, 그리고 멈춘 숨을 삼킨 채 끝까지 노래를 이어 가는 블루시프트가 그대로 찍혀 있었다. 조회 수는 공식 영상보다 직캠이 더 빨리 올랐다. 그 차이가 제작진을 더 화나게 만들고 있었다.
유진은 핸드폰 화면을 끄고 고장 난 인이어를 다시 귀에 넣었다. 왼쪽 채널에 얇은 잡음이 긁히듯 들어왔다. 그는 숨을 고르고 위상을 맞췄다. 음악과 박수 소리가 얇게 사라지자, 그 아래 묻혀 있던 삭제 음성이 다시 살아났다. 자기 목소리였다. 너무 분명해서 오히려 낯설었다. 오늘은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3분 06초, 로하가 오른쪽 발을 딛는 순간 와이어가 비틀린다. 그리고 한 박자 뒤, 네가 움직이지 않으면 천장 장치가 아래로 내려온다.
유진은 반사적으로 물었다. 정말 우리 리허설에서 일어난다는 뜻이냐. 대답은 없었다. 대신 잡음 사이로 짧게 끊긴 한마디만 더 들렸다. 말하지 마. 지금은 너만 알아야 해. 그 목소리가 농담이 아니라는 걸 유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난번에도 그랬다. 아무도 믿지 않았던 삭제 음성은 실제로 천장 조명 사고를 예고했고, 이번에도 시간과 이름을 정확히 찍고 있었다.
리허설실은 새로 짠 무대로 바뀌어 있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얇은 다리, 양옆으로 난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카메라 각도를 가리는 장치, 중앙에는 리프트가 한 번 솟구쳤다가 내려오는 구간이 있었다. 무대감독은 유진을 보자마자 얼굴을 굳혔다. 또 센터 문제냐는 뜻이었다. 유진은 일부러 무심한 척 다가가 와이어 고정핀을 보려 했고, 감식하듯 무대를 훑는 시선 때문에 스태프 두 명이 동시에 경계했다. 한 명이 대꾸했다. 그런 데 손 대지 마세요. 이미 점검 끝났습니다.
유진은 손을 뗐지만 눈을 떼지 않았다. 점검이 끝난 구조물치고는 와이어 끝이 너무 거칠었다. 고정핀 하나가 유난히 빛이 죽어 있었고, 바닥에 얇은 금속 가루가 떨어져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바로 말하지 않았다. 제작진에게 소리치면 설명은 사고 대응이 아니라 트집으로 바뀐다. 대신 팀원들을 불렀다. 로하가 먼저 왔고, 태림과 준호가 뒤따랐다. 유진은 낮은 목소리로 동선을 조금 바꾸자고 했다. 가운데에서 한 박자 늦게 들어오고, 리프트가 올라오는 순간 로하의 위치를 오른쪽이 아니라 뒤쪽으로 넘기자고 했다.
로하가 멈칫했다. 이유를 묻는 눈빛이 날카로웠다. 유진은 숨을 삼켰다. 설명할 수 없는 말을 꺼내면 또다시 미친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는 짧게 말했다. 무대가 이상하다. 오늘은 욕심 부릴 때가 아니다. 태림이 대신 무대를 봤다. 유진의 말투가 평소와 달랐다. 늘 센터에서 한 치라도 더 맞추려던 사람이 동선을 비우자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준호가 투덜거렸다. 네가 또 제작진한테 찍히려고 작정했냐.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찍혀도 상관없으니, 이번엔 다치지 말자.
문제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시작됐다. 보조 스태프가 모니터 쪽에서 소리쳤다. 리프트 프리셋이 다시 틀어졌다. 유진은 본능적으로 무대 중앙을 봤다. 숫자판이 3분 06초를 가리키는 순간, 위에서 짧고 날카로운 쇳소리가 났다. 아주 작은 틈이었지만, 그 틈은 이미 경고와 같았다. 유진은 로하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로하는 놀라 몸을 비틀었고, 바로 그 자리에 천장 장치의 일부가 내려꽂혔다. 다행히 인명 사고는 아니었다. 하지만 경첩이 무대를 세게 후려치며 금속 파편이 튀었다. 리허설실 전체가 얼어붙었다.
제일 먼저 달려온 건 제작진이었다. 무대감독의 얼굴은 분노와 공포로 동시에 굳어 있었다. 누가 동선을 바꿨냐고, 누가 임의로 움직였냐고 소리쳤다. 유진은 아직 로하의 팔을 놓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뒤늦게 눈앞을 스치던 파편이 그의 볼을 긁고 지나가 따뜻한 피가 맺혔다. 로하가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방금 그거, 진짜였어? 유진은 대답 대신 끄덕였다. 그 짧은 끄덕임 하나에 로하의 표정이 바뀌었다. 믿음이 의심을 밀어내고 들어왔다.
하지만 제작진의 반응은 달랐다. 문제를 만든 사람은 사고를 막은 사람이 아니라 규칙을 어긴 사람이었다. 무대감독은 유진에게 당장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리허설을 중단시킨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었다. 유진은 설명하려 했지만, 설명할수록 더 불리했다. 방금 손목을 잡아 끌지 않았다면 누구 하나 크게 다쳤을 거라는 말은 현장에서 통하지 않았다. 안전요원은 고개를 저었고, 보조 PD는 메모를 들고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유진은 그 메모 속에 자신의 이름 옆에 경고가 붙는 걸 봤다.
그 와중에도 한 명은 카메라를 끄지 못했다. 옆 스테이지의 신입 촬영 보조가 놀라서 켜 둔 작은 카메라에 그 장면이 그대로 남았다. 로하를 끌어내는 유진의 손, 떨어진 금속 조각, 그리고 한 박자 늦게 뒤로 물러난 나머지 셋. 몇 분 뒤 그 영상은 또 팬 계정으로 흘러나갔다. 제목은 짧았다. 유진이 또 한 명을 살림. 공식 편집이 아무리 잘라 내도, 팬들은 이미 다른 이야기를 붙이고 있었다.
그러나 유진의 대가는 분명했다. 그날 오후 집계에서 그의 개인 점수는 또 떨어졌다. 무대 연습 중단 책임, 허가 없는 동선 수정, 제작진 지시 불복종. 새로 붙은 경고 하나는 다음 순위 발표 때 더 크게 반영될 거라고 조용히 통보됐다. 로하는 몰래 유진에게 물 한 병을 건네며 고맙다고 말했다. 태림은 입술을 깨물고도 끝내 아무 말 못 했다. 준호는 처음으로 유진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네가 진짜 이상해졌는지, 아니면 우리가 너무 늦게 본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유진은 웃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이상해진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된 것뿐이라는 사실을 아직 설명할 수 없었다.
해가 지고 연습실 불이 하나씩 꺼질 때쯤, 유진의 인이어가 다시 미세하게 진동했다. 그는 혼자 남아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 삭제 트랙의 자기 목소리가 이번에는 더 차갑게 들렸다. 이번엔 막았네. 그래서 다음 생방송은 더 높다. 하늘 다리 무대가 확정된다. 안전줄은 공개하지 않는다. 네가 말하면 팀이 바뀐다. 네가 조용하면 로하가 떨어진다.
그 아래, 제작진 공지 메일이 동시에 도착했다. 내일 오전 아홉 시. 블루시프트는 하늘 다리 무대 리허설에 들어간다. 동선 변경 금지. 안전 고지 비공개. 위반 시 팀 전체 벌점. 유진은 화면을 오래 바라봤다. 방금 막은 사고가 끝이 아니었다. 다음 사고는 더 높고, 더 좁고, 더 공개적인 곳에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그가 선택해야 할 것은 단순한 경고의 전달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말하는 순간 팀이 흔들리고, 침묵하는 순간 누군가는 실제로 떨어진다. 그는 다음 리허설 공지의 첫 줄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3분 06초보다 더 짧은 침묵 속에서, 이번에는 자기 자리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