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금빛 입
13층의 문에는 손잡이 대신 금빛 입이 달려 있었다.
입술은 사람 머리만 했고, 이 사이에는 검은 계단이 혀처럼 말려 들어가 있었다. 등반대 다섯 명이 원형 방에 들어서자 입술 위의 글자가 붉게 달아올랐다.
`가장 오래 지킨 거짓 하나를 각자 바쳐라.`
`먹힌 거짓은 다시 숨길 수 없다.`
`다섯 몫이 차면 위로 가는 길이 열린다.`
민라온은 문구를 세 번 읽었다. 탑의 문장은 짧을수록 위험했다. 생략된 주어와 범위가 사람을 죽였다.
"각자 하나면 간단하군."
대장 강태헌이 검집을 고쳐 맸다. 12층의 유리 늑대에게 물린 왼팔에서 아직 피가 배어 나왔다.
"내가 먼저 하지. 나는 지금 하나도 두렵지 않다."
금빛 입이 벌어졌다. 태헌의 말이 하얀 김처럼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곧 검은 혀가 그것을 뱉었다.
`보존 기간: 11초.`
`가치 없음.`
궁수 이도겸이 웃음을 터뜨렸다.
"대장님 거짓말은 신선해서 안 먹나 봅니다."
태헌이 노려보자 도겸은 입 앞으로 나갔다.
"나는 화살을 한 번도 빗맞힌 적이 없다."
이번에는 입이 말조차 빨아들이지 않았다.
`본인도 믿지 않은 과장.`
"거짓에도 품질 검사가 있네."
치유사 유세라가 웃지 못한 채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그녀는 9층부터 목에 걸고 다닌 은제 호각을 쥐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라온은 세라의 얼굴을 보았다. 눈 아래가 창백했다.
"세라, 층이 무엇을 가져가는지 아직 모릅니다."
"시간은 압니다."
천장 모래시계의 검은 모래가 절반 가까이 내려와 있었다. 제한 시간 한 시간 중 스물아홉 분이 남았다.
세라는 금빛 입 앞에 섰다.
"내 동생이 8층에서 죽은 건 내 잘못이 아니다."
입이 웃었다.
이번에는 하얀 김이 입술 안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방 한쪽 벽에 글자 하나가 새겨졌다.
`유세라는 동생이 남으려 할 때 귀환 부적을 혼자 사용했다.`
세라가 비틀거렸다. 태헌이 그녀를 붙잡았다.
"그건 상황이 그랬잖아. 둘 다 죽을 수 있었어."
"알아요."
세라가 말했다. 목소리는 이상할 만큼 맑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말을 핑계라고 부를 수밖에 없어요. 탑이 다른 문장을 못 쓰게 해요."
그녀가 입을 열어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다시 말하려 했다. 입술은 움직였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먹힌 거짓은 다시 숨길 수 없다.
라온은 문구의 뜻을 이해했다. 탑은 거짓말을 없애는 것이 아니었다. 거짓이 가리고 있던 사실을 공용 기록으로 바꾸고, 당사자가 다시 덮지 못하게 했다.
한 사람의 죄책감이 방 전체의 소유가 되었다.
### 2. 다섯 몫
태헌은 오래된 탈영 사실을 바쳤다. 그는 첫 등반대가 괴멸할 때 끝까지 싸웠다고 말해 왔지만, 실제로는 경보가 울리기 전에 혼자 귀환문을 탔다.
벽에는 그날 죽은 네 사람의 이름이 새겨졌다.
도겸은 오른눈이 탑의 저주로 흐려진 것이 아니라 도박 빚을 갚으려 금단의 조준약을 쓴 결과라고 고백했다. 먹힌 뒤 그의 오른눈은 더 맑아지지 않았다. 다만 동료들이 처음으로 왜 그가 먼 표적 앞에서 손을 떠는지 알게 되었다.
방패수 남호는 자기 몫을 내지 못했다.
"나는 숨긴 게 없어."
그가 세 번째 같은 말을 하자 금빛 입 아래에 새 문장이 생겼다.
`자기 자신에게 보존한 거짓도 거짓이다.`
남호는 한참 뒤 주저앉았다.
"나는 아버지처럼 되지 않았다."
입이 그 문장을 먹었다. 벽에는 남호가 수련생을 때려 팔을 부러뜨린 징계 기록이 나타났다. 그는 그 사건을 엄격한 교육이라고 불러 왔다.
네 몫이 찼다.
금빛 입의 이 네 개가 닫혔다. 마지막 이 하나만 검은 틈을 드러냈다.
모두 라온을 보았다.
그는 등에 진 기록함의 무게를 갑자기 느꼈다. 쇠 모서리가 어깨뼈를 눌렀다. 기록함 안에는 1층부터 12층까지의 공략 사본, 사망자 대장, 회수 물품 목록이 있었다.
그리고 민서린의 사망 기록 원본이 있었다.
"기록관님은 거짓말 안 할 것 같았는데."
도겸이 억지로 가볍게 말했다.
라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세 해 전, 누이 서린은 기록원 허가 없이 탑에 들어갔다. 그녀는 14층에서 보낸 마지막 통신문에 한 줄만 적었다.
`내 이름을 명부에서 지워 줘. 내가 올라온 걸 알면 그들이 엄마를 찾는다.`
라온은 누이의 입장 기록을 지우고 2층 붕괴 사망자 명단에 이름을 넣었다. 시신 없는 사망 처리였다. 그 거짓 덕분에 어머니는 조사받지 않았고, 라온은 기록원에 남아 누이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등반대에는 누이가 2층에서 죽었다고 말했다.
"남은 시간 십오 분."
태헌이 말했다.
"우리가 낸 걸 당신만 숨길 생각은 아니겠지."
라온은 그의 분노가 정당하다는 것을 알았다. 태헌은 방금 자신의 가장 추한 선택을 벽에 내놓았다. 세라와 도겸과 남호도 그랬다.
하지만 라온이 같은 방식으로 말하면 누이의 이름이 탑 전체에 퍼질 수 있었다.
"문구는 각자가 거짓 하나를 '말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바치라'고 했습니다."
"말장난할 때가 아니야."
"탑은 말장난으로 사람을 죽입니다. 그래서 정확히 해야 합니다."
라온은 기록함을 열었다. 사망 대장의 가죽 냄새가 났다. 2층 사망자 페이지 가운데 민서린의 이름이 다른 먹으로 적혀 있었다. 세 해 동안 수십 번 펼쳐 본 줄이었다.
그는 페이지를 칼로 잘랐다.
### 3. 기록된 거짓
라온은 종이를 금빛 입 앞에 들었다.
"이 기록은 제가 만들었습니다. 민서린은 2층에서 죽지 않았습니다. 저는 누이를 숨기기 위해 사망 대장을 조작했고, 여러분에게도 같은 거짓을 유지했습니다."
입은 움직이지 않았다.
태헌이 검 손잡이를 잡았다.
"당신 누이가 살아 있다는 건가?"
"모릅니다. 14층에서 마지막 연락을 받은 뒤 세 해가 지났습니다."
"그럼 우리를 14층으로 데려온 이유가 공략이 아니라 사람 찾기였어?"
"둘 다였습니다. 그래서 더 비겁했습니다."
검은 모래가 마지막 눈금에 닿기 시작했다.
라온은 종이를 입 안에 넣었다. 금빛 이가 종이 가장자리를 물었다. 먹이 핏물처럼 번지더니 사망 기록 전체가 하얀 불꽃으로 탔다.
방 벽에 새 문장이 생겼다.
`민라온은 민서린의 14층 입장 기록을 삭제했다.`
`삭제된 기록은 이 탑의 공동 기록으로 복원된다.`
`거짓의 보존 기간: 1,103일.`
마지막 이가 닫혔다.
금빛 입이 크게 벌어졌다. 안쪽의 검은 혀가 펴지며 위로 향한 계단이 되었다. 동시에 다섯 사람 손목에 얇은 금색 글자가 감겼다.
`13층 계약자.`
`바친 거짓의 사실을 알고도 다시 숨길 경우, 13층 출입권을 회수한다.`
조건은 층에 남지 않았다. 그들을 따라 올라왔다.
태헌은 계단 앞을 막았다.
"여기서 돌아가도 출입권은 얻은 거지?"
"그렇습니다."
"그럼 선택해. 우리에게 누이 통신문을 전부 보여 주거나 혼자 올라가."
라온의 손이 기록함 뚜껑 위에서 멈췄다. 통신문 원본까지 보여 주면 어머니의 위치와 누이가 두려워한 '그들'에 대한 단서가 노출된다. 숨기면 계약이 출입권을 회수할 수 있었다.
세라가 먼저 계단에 발을 올렸다.
"지금 결정하지 말아요. 위에서 무슨 일이 기다리는지 보고, 안전한 곳에서 기록을 함께 읽어요."
태헌이 그녀를 보았다.
"저 사람이 우릴 이용했어."
"맞아요. 저도 동생에게 같은 말을 했고요. 그래서 사실을 안 다음에 무엇을 할지 고를 겁니다."
태헌은 길을 비켰지만 라온을 용서하지는 않았다. 그 차이를 라온은 기록관답게 정확히 받아들였다.
### 4. 먼저 올라간 이름
14층 입구에는 아무 괴물도 없었다.
눈처럼 흰 방, 벽 하나를 가득 채운 입장 명부, 그 앞의 검은 펜 한 자루뿐이었다. 명부에는 등반자의 이름과 입장 시각이 자동으로 적혔다.
강태헌, 18시 41분.
유세라, 18시 41분.
이도겸, 남호, 민라온.
다섯 이름 아래에는 빈 줄이 이어졌다.
라온은 안도할 뻔했다. 그러다 자기 이름 바로 위에 번지는 먹을 보았다.
처음에는 오래된 얼룩 같았다. 글자는 아래에서 위로 차올랐다.
`민서린.`
입장 시각은 세 해 전이 아니었다.
`18시 40분.`
그들이 계단을 오르기 일 분 전이었다.
도겸이 활을 들어 빈 방을 겨눴다.
"기록관님. 이것도 조작입니까?"
"아닙니다."
라온은 대답할 수 있었다. 그 말은 탑에 먹히지 않았다.
명부 옆 벽에서 작은 문이 열렸다. 안쪽에는 누이가 어릴 때 쓰던 푸른 머리끈이 못에 걸려 있었다.
그 아래, 아직 마르지 않은 글씨가 한 줄 적혀 있었다.
`라온아, 이번에는 내 이름을 지우지 마.`